(한국방송뉴스/황경호기자)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모의고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을 슬로건으로 내건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총 26개의 테스트이벤트를 연이어 치르며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이 가운데 현재 국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벤트는 바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다. 쇼트트랙은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최고 메달밭으로 인정받았던 종목이고 평창에서도 금메달 4개를 목표로 내걸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동계종목 가운데 가장 스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방식에 국내 팬들도 익숙해 이번 월드컵 4차 대회에서도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 원투펀치 심석희·최민정 나란히 출사표
2차 대회 1000m 우승, 김지유의 활약상 주목
ISU가 주관하는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은 지난 11월에 1차 대회(캐나다 캘거리)와 2차 대회(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미주 대륙에서 치렀고, 12월 중에 3차 대회(중국 상하이)와 4차 대회(강릉)를 아시아에서 갖는다. 마지막 5차 대회(독일 드레스덴)와 6차 대회(벨라루스 민스크)는 내년 2월 유럽에서 속개된다. 한국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는 당시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막내 최민정(18·서현고)의 활약으로 금메달 22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등 총 53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여자 쇼트트랙 원투펀치’로 불리는 심석희(19·한국체대)와 최민정이 나란히 출전한다. 이 쌍두마차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좋은 시즌 스타트를 보였다. 여자 1500m 결승에서 언니 심석희가 우승을 차지하고 최민정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음 날 열린 여자 1000m결승에선 최민정이 금메달을 차지하고 심석희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이어진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며 똑같이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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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경기가 열릴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는 곡절이 있었다. 왼쪽 발꿈치 부상으로 그동안 회복 훈련에 전념했던 심석희가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상태로 나선 2차대회에서 1000m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1500m 2차 경기에서 1위로 골인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고, 이어진 3000m 계주에서도 맹활약하며 1차 대회에 이어 2관왕을 차지했다. 최민정 역시 1500m 1차 경기 금메달에 이어 3000m 계주 금메달로2관왕을 유지했다. 특히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으로 꼽히는 단거리 5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주목받았다.
강릉에서 벌어지는 4차 대회에서도 심석희·최민정 두 선수가 어떤 메달 레이스를 펼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들은 2차 대회까지 계주를 포함해 6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하지만 개인종목 성적을 살펴보면 최민정이 심석희를 조금 앞서 나가고 있다. 최민정이 두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낸 반면 심석희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기록 면에서도 두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최민정이 조금 더 돋보인다. 물론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기록경기가 아니고 노련한 경기 운영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빠른 스피드는 성적을 내기 위한 기본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민정이 이번 시즌 심석희와의 경쟁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강릉 대회에서는 이런 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민정의 500m 은메달 획득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여자 1000m, 1500m, 3000m 계주와 남자 5000m 계주가 꼽힌다. 또 다른 변수로는 여자 500m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민정은 “500m는 평창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종목이다. 앞으로 500m에 나설 때마다 잘못된 점을 계속 보완해 평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차 대회 1000m 우승으로 주목받은 신예 김지유(17·화정고)가 강릉에서 또 어떤 깜짝 레이스를 보여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김지유는 한 살 위인 최민정과 중학교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구축할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5000m 계주 우승 노리는 남자 대표팀
임경원·황대헌·이정수 등의 플레이에 기대
남자 대표팀은 1차 대회에서 5000m 계주 동메달 하나만 챙기는 부진에 빠지면서 좋지 않은 스타트를 보였다. 하지만 2차 대회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 무대에 처음 나서는 임경원(23·화성시청)이 1500m 1차 경기 우승으로 마수걸이 금메달을 차지했고, 서이라와 박세영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한 고교생 황대헌(17·부흥고)이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베테랑 이정수(27·고양시청)도1500m 2차 경기에서 값진 은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대표팀은 평창에서 금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5000m 계주 성적이 최대 관전 포인트다. 1차 대회 5000m 계주 결승에서도 금메달을 노리다가 25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한승수(25·국군체육부대)가 코너에서 미끄러져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만큼 평창올림픽을 겨냥하는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들이 대부분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자는 엘리세 크리스티(영국),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수잔 슐팅(네덜란드)이, 남자는 찰스 해멀린(캐나다), 우다징(중국), 세멘 엘리스트라토브(러시아) 등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외국 출전자 명단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강릉 쇼트트랙 경기장을 경험하기 위해서 많은 톱랭커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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