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최동민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를 두고 통신 3사가 서로 자기가 '1등'이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초 이통 3사는 차세대 5G는 속도가 최대 20Gbps로 4G 대비 20배 가량 빠를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4G LTE와 큰 차이가 없는 '반쪽짜리 5G' 서비스인 상황에서 '도토리 키재기'식의 업계 다툼에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G 실사용 최고속도, 이론상 최고속도의 '1/20'…업로드는 'LTE가 역전'
28일 영국 무선 네트워크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OpenSignal)'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에서 5G 스마트폰의 실사용 다운로드 평균속도는 111.8Mbps로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75.8Mbps인 LTE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약 48% 빨랐다.
하지만 LTE 플래그십 스마트폰 역시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47.7Mbps인 일반 스마트폰보다 59%이상 빨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5G 스마트폰의 다운로드 속도의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5G 다운로드 최고속도 측정 결과는 약 988Mbps에 불과해 이론상 최고 속도인 20Gbps의 1/20 수준이었다. 오픈시그널은 "이는 한국보다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5G 실사용 다운로드 최고 속도인 1.2Gbps보다도 느렸다"고 지적했다.
업로드 속도는 오히려 LTE보다 느렸다. 5G 스마트폰의 평균 업로드 속도는 13.9Mbps로 LTE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평균 업로드 속도인 16.0Mbps보다도 느렸다.
5G의 '지연속도(Latency)' 역시 35.9ms에 불과해, LTE 플래그십 스마트폰(37.4ms)과 일반 스마트폰(38.3ms)과 거의 차이가 없었던 점도 눈에 띄었다. '지연속도'는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데이터 패킷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보내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5G는 1ms 미만의 지연시간을 목표로 한다.
5G 콘텐츠는 △구글 스태디아(Stadia) 같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5G 자율주행차 △5G 멀티뷰 등 5G의 초저지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LTE와 지연시간이 거의 차이없는 이번 측정 결과대로라면 5G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5G 기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오픈시그널은 5G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는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 실제 사용 경험을 기준으로 △다운로드 속도 △업로드 속도 △지연 시간을 조사했다.
이들이 조사에서 사용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S10 5G와 LG V50와 같은 '5G 스마트폰'이었다. 대조군으로는 삼성 갤럭시 10e·S10·S10플러스와 LG의 G7·V40·G84G 등 'LTE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일반 성능의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부질없는 싸움말고 요금제 등 진짜 소비자 위한 경쟁해야"
오픈시그널은 이번 측정 결과에 대해 "아직 5G 기술이 초기 단계이고, 기지국이 LTE와 5G를 함께 쓰는 LTE 혼용모드(NSA)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아직 5G 서비스가 온전히 제공되지도 않는 시점에서 통신사들 간의 1위 경쟁에 대해 5G 가입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서울 청파동에 거주하는 김경영씨(23·여)는 통신사끼리의 다툼을 두고 "휴대폰을 바꾸면서 5G 서비스에 가입하긴 했지만 잘 터지지도 않아 LTE 우선모드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쓸 돈이 있으면 기지국 1개라도 더 지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서희씨(25·여)도 "지하철이나 지붕있는 곳에선 신호도 안잡히는 반 쪽 짜리 5G를 비싼 요금제를 내면서 쓰자니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내가 가입한 통신사가 자기네 서비스가 1위라고 한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사실 지금으로서는 LTE와 5G 간 속도 차이를 체감할만한 서비스도 별로 없고 통신사별 5G 속도 차이는 더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질없는 경쟁"이라며 "통신 3사 모두 제일 저렴한 5G 요금제를 5만5000원으로 통일했는데, 정말 소비자를 위한다면 요금제에서나 경쟁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