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용승기자]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을 나와 문래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 원통형 건축물이 눈에 띈다. 영등포 ‘대선제
분’ 공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다. 영등포 제분공장은 1936년 문을 연 밀가루공장으로, 상전
벽해의 근현대화 과정 속에서도 80년여 년 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시설. 2013년 공
장이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5년 넘게 멈춰 있었던 대선제분 폐공장이 밀가루 대신 문화를 생산하고 사람
이 모이는 ‘문화공장’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6일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도시재생사업 선포식… 복합문화공간 변신 내년 8월 개장>
서울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8,963㎡ 규모의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구상안을 6일(화) 발표하고, 그 시작을 알리는 선포식을 개최한
다. 내년 8월 개장 목표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영등포구 영신로87)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영등포에 건설된 밀가루 공장이다.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사일로,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동으로 구성된
다. 공장이 지어졌을 당시 영등포는 방직‧제분 등 다양한 공장이 입지한 제조산업 거점공간이었다. 대선제분 동쪽
으로는 경성방직, 서쪽으로는 종연방직 경성공장 등이 이웃해 한국경제 발전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대규
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타임스퀘어)로 바뀌어 과거 흔적이 사라졌고, 대선제분만이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재생사업 추진 선포식’은 15시 박원순 시장과 정성택 대선제분㈜ 대표이사, 박상정 ㈜
아르고스 대표 등 관계자, 지역 거버넌스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제분 공장에서 열린다.
<민간사업자가 사업비~향후 운영 등 사업전반 주도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이번 사업은 서울시와 토지주, 사업시행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이
다.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후 운영 등 전반을 주
도해 진행한다. ㈜아르고스는 재생사업의 경제적 독립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익공간을 조성하고,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보행‧가로환경 등 주변 인프라
를 통합정비하는 등 행정적으로 측면지원한다.
㈜아르고스는 대선제분㈜으로부터 재생사업과 관련한 재생계획 수립 및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기
업이다. 사업비용 부담부터 향후운영 등 사업 전반을 주관한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과 콘셉트는 8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공장건물
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간이 가진 스토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가치중심’의 재생공간을 만드는 것이
다. 전시와 공연, 식당과 카페, 상점, 공유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처럼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낡은 공간의 재창조를 통해 영등포 일대 부족했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는 목표다.
시는 그동안 ‘마포 문화비축기지’, ‘서울로7017’처럼 쓰임을 다한 산업유산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재
사용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온 데 이어, 관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을 새롭게 시도해 서
울시 도시재생의 새로운 대표 모델로 안착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1단계 마중물 사업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을 명소화하고 → 2단계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단계 마중물사업 공장 원형 최대한 유지해 전시‧공연, 식당‧카페, 공유오피스 등 조성>
1단계 사업은 전체 23개 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3,256㎡)이 대상이다. 유지‧보존‧활용에
방점을 두고 리모델링(증축), 구조보강, 보수작업 등을 추진해 8개 동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시민 누구나 와서
즐기는 열린공간이 될 수 있도록 카페, 레스토랑, 상점 등 상업시설과 전시장, 역사박물관, 창업지원공간 등
공공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대형창고(1936년 건축, 2,126㎡) :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가변적 상업공간으로서 레스토랑, 갤러리카페 등
으로 조성된다.
정미공장(1936년 건축, 1,167㎡) : 기획 전시장, 기업 홍보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식당(1936년 건축, 1950년 화재 후 신축, 555㎡) : 기획 전시공간 및 고급 레스토랑으로 조성된다.
목재창고(1936년 건축, 1,272㎡) : 창고 내 수많은 기둥을 활용한 숲 같은 내부환경으로 꾸며진다. 근린생활시
설, 전시 대관 및 조망가능 공간으로 조성된다.
2호창고(1936년 건축, 2,498㎡) : 증축을 통해 높은 천장고를 활용한 공공전시관, 창업지원공간과 공유오피스 등 공공
지원 공간으로 조성된다.
사무동(1936년 건축, 1,499㎡) : 증축을 통해 제분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근현대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
시관 및 사무공간으로 조성된다.
광장 : 공장 내 독특한 분위기와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
가 열리고, 주변 문래동 예술인과 기술장인과의 연계 및 플리마켓, 전시, 문화예술공연 등 지역친화형
공간으로 사용된다.
<서울시 보행‧가로 등 주변 인프라 통합정비… 2단계 사업 대형구조물 활용방안 장기계획 추진>
1단계 사업 과정에서 서울시는 대선제분 공장 주변 보행로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합 정비한다. 시민들이 영등
포역(1호선), 문래역(2호선)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로환경 정비도 진행한
다. 또, 공장 내 전시공간을 활용해 문화전시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공공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
획이다.
영등포구는 도시재생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행정지원을 비롯해 향후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행
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1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으며, 12월 중 착공, 2019년 하반기까지
완료돼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나머지 2단계 사업은 사일로 등 대규모 구조물의 활용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현재 계획 수립 중에 있다.
이번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은 서울의 몇 안 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이라는 대선제분 공장의 가치에 주목, 전면
철거 대신 도시재생 방식으로 그 가치를 보존하고자 했던 서울시의 계획과 ㈜아르고스의 제안, 그리고 토지
소유주인 대선제분㈜의 전향적인 결단으로 가능했다.
서울시는 2013년 공장 이전 이후 단순 물류기능만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의 미래
활용 방안을 두고 2016년부터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이 과정에서 패션쇼(2016
F/W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 신차 발표회 같은 대기업 런칭행사가 대선제분 공장에서 잇달아 열리며
폐공장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서울시와 대선제분㈜, ㈜아르고스는
공장 원형을 보전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전시‧상업이 연계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합의
하고 올해 4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르고스 대표이자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이기도 한 박상정 대표는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대선제분
이 창업한 공간으로서 대선제분의 뿌리와 같은 곳이다. 대선제분 재생사업은 공간의 원 주인의 이야기를
담아 역사와 이야기거리가 있는 건축물들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대선제분 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그 동안 단절되어 있던 지역을 연계하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활력을 불어 넣어 주변 상권 활성화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 도심내에 위치한 80년이 넘은 공장으로 과거의 원형을 온전
하게 유지하고 있는 서울에 몇 안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이다. 이러한 소중한 공간을 토지 주 스스로 보전하
고 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며 “쉽지 않은 결정을 해준 ㈜아르고스와
대선제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향후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이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
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이 되고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민간과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