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왜곡했던 중국의 동북공정(2002~2006) 이후, 한국사의 첫 국가인 고조선에 대한 중국 학계의 왜곡 또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연구소는 남북한과 중국·일본 학계의 2000년 이후 고조선 연구에 대해 분석해 지난 21일 출간한 연구서 '고조선사 연구동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책에서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중국의 고조선사 연구에 '단군조선의 부정' '기자조선의 역사화' '중화 역사로서의 고조선사'라는 세 가지 연구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단군은 신화이기 때문에 기자(箕子) 이전의 고조선은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단군신화 역시 중국 황제(黃帝) 신화나 곰 토템의 아류라는 것. 이어 중국에서조차 일찍이 근대 역사학의 대가 구제강(顧�剛) 등에 의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된 '기자동래설', 즉 은나라의 유민 기자가 동쪽으로 가서 기자조선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무리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 학계가 이미 체계화하고 반론을 제기한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족(漢族) 중심주의' '중화민족주의'와 연결되는 연구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학계는 '고조선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은 "최근 들어 고조선사의 양적 연구는 늘어났으나 획기적인 연구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조선사의 큰 틀에 대한 논의, 쟁점별 심화 연구, 국제적 공동 연구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