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의 빈 벽을 채운 재밌는 그림이나 오래된 영화 포스터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핸드메이드로 만든, 창조적인 숍에서는 지갑을 열게 만든다. 모던 숍만 있는 게 아니다. 70여 년의 경력을 가진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소와 옷 수선집 등도 있다. 이발소에 들어가 보니 어릴 적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60~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유행에 특히 민감한 헤어스타일을 이런 오래된 이발소에 맡기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집에 있으면 뭐해.” 평생 이발을 했다는 시니어 이발사는 찾아오는 손님 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번잡한 시장통에서 이리저리 ‘보물찾기’ 하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놀았다. ‘오호, 재밌는데! 기대 이상이야. 전주시 남문시장 2층의 청년 시장과 엇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달라. 강원도만의 분명한 특색이 있어’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론 찾는 이 많아져 원주 재래시장이 갖고 있는 원형이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든다. 변화, 부활도 좋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현재 이 시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 체험 행사를 펼치고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시장에서 놀자’라는 행사가 열린다. 또 매달 둘째 주 주말에는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시장)을 연다. 이날은 단돈 1000원에 즐길 수 있는 길거리 간식거리도 있다. 강원감영. 조선은행, 원동성당 등 원도심의 볼거리를 선정해 스탬프 행사를 펼쳐 선물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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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수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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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된 이발소. |
박경리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문학공원
여행 마무리는 박경리 문학공원이다. 박경리 작가의 대표작인 <토지>나 알던 때, 이곳 문학관에서 만난 훌륭한 해설사는 작가의 삶을 재조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작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울었다. 작가의 인생은 박경리 문학관에 들러서 듣기를 바라며 ‘인용구’로만 대신한다.
살아생전 제자들은 “다시 태어나면 글을 쓰겠느냐”고 물었고,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단다.
“나의 삶이 평탄했더라면 나는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삶이 불행하고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나는 글을 썼던 것입니다.”
문학공원을 벗어나기 전, 작가 ‘생전의 집’ 마당 동상의 넓은 치마폭에 앉아 인사하듯 얼굴을 매만진다. 그리고 묻는다. ‘이제는 편안하냐’고 말이다.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통영에 묻혀 있는 것이 잘한 일일까? 또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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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원주에 있는 국내 최초 ‘한지테마파크’.(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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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정보 강원감영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차도 변에 세워야 한다. 세울 자리가 없을 때는 문화거리 근처 골목이나 곧추 직진해 원동성당 쪽을 이용하면 된다. 시장마다 공용주차장이 있다. 자유시장 쉬는 날은 주차비가 공짜다.
별미집 장터에서 먹거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통 시장에 있는 이모네(033-746-7080)는 기억해두어야 할 칼국수, 만둣국집이다. 장씨 메밀전도 유명하다. 자유시장 지하의 고향칼국수(033-742-7582)도 칼국수, 만둣국을 잘한다. 그 외에도 순댓국이 유명하고 퓨전 돈가스, 떡볶이 가게가 새롭게 들어섰다. 원주에서 오랫동안 소문난 식당은 원주복추어탕(033-762-7989), 남경막국수(033-732-2716, 평원로) 등이다.
주변 볼거리 원주는 ‘한지의 본고장’으로 불렸다. 특히 닥나무밭이 많아 저전동면(楮田洞面)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한지테마파크(033-761-8012, http://hanjipark.com)가 있다. 또 원주역사문화박물관(033-737-4371, www.wonjumuseum.or.kr)도 있다.
문의 강원감영 033-737-4767, 미로예술원주중앙시장 033-743-2570, 박경리 문학공원 033-762-6843
글 · 이신화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