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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 시대 올까? '자전거특별시 서울'을 꿈꾼다!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2) Seoul by Bike, 자전거로 서울을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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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2) Seoul by Bike, 자전거로 서울을 타자!

이 짧은 가을이 끝나기 전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시도해 보았다. 서울에서 자전거로 출근하기. 

네덜란드에서 13년을 살면서 출퇴근 및 거의 모든 생활동선을 자전거로 다녔다. 회사 사무실은 로테르담 강남(Rotterdam Zuid(South), 로테르담 마스 강의 남측)에 위치하고 내가 사는 곳은 로테르담의 인근 작은 도시 까펠레(까펠레 안 덴 에이솔Capelle aan den IJssel)에 있었다. 거리는 약 10km정도 떨어져 있고 차로 20분(10km), 대중교통으로 50분(10km) 자전거로는 30분(8km)이 걸린다. 자전거로 가는 길이 2km가 짧은 이유는 차로는 돌아서 가는 길을 수상버스를 타고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까펠레는 시 외곽에 있는 위성도시이니, 로테르담 시내에 사는 동료들은 대개 15분 내외로 회사로 출근할 수 있다. 자전거를 나보다 빨리 탈 수 있는 다른 네덜란드 친구들은 대부분 5~10분 내로 출퇴근을 한다. 사실상 15분 도시다. 

물론 유럽의 도시와 동양의 대규모 도시는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 규모를 따져 서울과 비슷한 조건으로 비교하자면, 네덜란드의 대도시권, 즉 란드스타트(Randstad, 가장자리 도시, 암스테르담-헤이그-로테르담 등의 도시를 네트워킹화된 일종의 환형도시)와 비교할 만하다. 암스테르담에서 출퇴근하는 동료들의 동선은 25분 고속기차를 타고 중앙역에서 내려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오면 나의 출근시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주요도시 및 주요 생활권이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교통과 자전거만으로도 1시간 내 모든 동선이 해결된다. 
 
로테르담에서 출근거리 2km를 줄여주는 수상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로테르담에서 출근거리 2km를 줄여주는 수상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우리 회사 인턴, 프로젝트 리더, 회사 사장 등 임직원 거의 모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공공기관의 총리, 국회의원도 다르지 않고 심지어 국왕도 자전거로 다닌다. 정장을 잘 차려 입고도 자전거를 타며, 나도 치마를 입고 뾰족구두를 신은 채 자전거를 타고 다닌 지 오래되었다. 

네덜란드인들은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 게다가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이니, 지구도 구하고 나도 구하는 셈이다. 여러 가지로 이득이니 자전거를 애용한다. 
 
네덜란드 도로 구성은 이채롭다. 최소한의 차로, 최대한의 녹지, 그리고 녹지 위에 놓인 공공교통인 트램선과 빨갛게 포장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넓은 보도.
네덜란드 도로 구성은 이채롭다. 최소한의 차로, 최대한의 녹지, 그리고 녹지 위에 놓인 공공교통인 트램선과 빨갛게 포장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넓은 보도.

네덜란드에는 자전거를 타기 위한 인프라(Infra), 즉 끊김 없이 이어진 자전거 도로 및 어디에나 있는 주차공간, 자전거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자전거 관련 산업(판매 및 수리) 등 사회 및 도시공간 저변에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가 넓고 깊게 자리하고 있다. 온 국토가 평평하니 자연스럽게 자전거가 통용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사실 네덜란드도 이렇게까지 자전거 천국이 된 것은 수년간 있었던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의 결과다. 

2차 세계대전 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는 엄청난 부를 영위했고, 이는 자동차 소유를 촉진했다. 도심부 좁은 도로를 건물을 부수고 심지어 기존에 있었던 자전거도로를 철거하면서까지 차도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도시광장은 주차장이 되어버렸고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로 도시 내 차량을 위한 공간을 넓혀 나갔다. 일일 평균 통근거리가 1957년 3.9km였는데 1975년에는 23.2km로 약 10배 늘어났다. 

이는 교통의 발달로 인한 시간거리 축소로 보이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엄청났다. 교통사고 사망 수는 늘어났고 약 13%는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였다. 이러한 사회적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안전한 거리를 어린이들에게’라고 외치며 시위를 했다. 이는 70년대 오일쇼크 및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리며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었다.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교통사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공공교통과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는 도시계획 및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 정책에 대한 결과는 1970년대 400명에 이르렀던 어린이 교통사고사망률이 2020년대에는 14명에 그친 숫자에서 바로 증명된다. 네덜란드의 자전거길 네트워크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차도도 넓혀 봤고 자차도 소유해 봤지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뼈아픈 교훈과 사회적 공감대, 그리고 시민들의 노력에 의한 값진 결과였다. 

덴마크의 코펜하겐도 네덜란드와 함께 자전거 도로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긴 하다. 코펜하겐 시민 62%가 자전거로 통근하고 있다고 하니, 이는 암스테르담 시의 38%보다 높은 수치다. 코펜하겐 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도시를 지향하고 있어 꾸준히 자전거 사용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기에 덴마크에서도 특별하다. 네덜란드는 전국적으로 약 27% 정도의 고른 분포를 보이며 자전거로 생활하고 있지만 덴마크는 약 16% 정도이므로 아직 전국 수치가 코펜하겐 시의 평균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국 평균이 세계적으로 높아 ‘자전거 천국’이고,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도시 중 가장 높아 세계의 ‘자전거 특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코펜하겐 ‘자전거 고속도로(cycle superhighway)’인 ‘자전거 호스(Cykelslangen)’. 브릿지 도로인데, 차량과 보행 모두배제하고 오로지 자전거만 고속으로 통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코펜하겐 ‘자전거 고속도로(cycle superhighway)’인 ‘자전거 호스(Cykelslangen)’. 브릿지 도로인데, 차량과 보행 모두배제하고 오로지 자전거만 고속으로 통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같은 유럽인데 아쉽게도 네덜란드와 코펜하겐에서 익숙한 이 ‘편한’ 자전거 타기를 다른 유럽도시에서 똑같이 기대할 수는 없다. 네덜란드 친구에게 듣기로, 남유럽 어딘가로 유학을 가면서 그곳에서도 네덜란드에서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크게 나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에피소드가 번뜩 내 머리를 스쳐갔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한번 가보겠노라고 용기를 낸 후 30분을 고생하다 용산 한강대로에서 ‘자전거우선도로’를 마주하고 난 후 바로 포기한 그 때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따릉이를 내려놓고 지하철을 탔다. 

속상했다. 자전거를 포기하다니! 분명 지도 앱에서는 9km니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평균속도 15km/h로 가면 36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약 4km를 30분에 겨우 갈 수 있었다. 끊겼던 길을 되돌아 가 다시 횡단보도를 지나고 건널목에서 여러 차례 기다리는 등의 변수는 예상 시간에 계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가기 힘든 ‘도로’에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페달을 멈춰야 했다. 

주변에 이미 자전거로 장거리 출퇴근을 했던 지인들이 있어 물어봤더니 자전거전용도로는 하천변에 잘 되어 있어 한강-청계천-종로의 루트로 다녔다며 서울에서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 꼭 해보고 싶어 날 맑은 토요일 출근해야 하는 날 드디어 시도해 보았다. 역시 천변 전용도로이니 끊기지 않고 쌩쌩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2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자전거 애호가라도 매일 왕복 4시간을 출퇴근 하기는 힘들다.  
 
한강-청계천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가다 길가에서 잠시 휴식
한강-청계천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가다 길가에서 잠시 휴식

우리나라에도 자전거 애호가들이 많다. 자전거 레이싱 복장과 최신 자전거를 제대로 다 갖추고 나서 자전거전용도로가 잘 갖춰져 있는 한강 등에서 달리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레저’의 수단으로의 자전거 타기다. 나도 주말이면 네덜란드에서 폴더(Polder landscape, 간척지인 평평한 땅)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길로 몇 시간 타기를 즐겨하곤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정장을 차려 입고도, 하이힐을 신고도 평상시에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생활동선’을 더 많이 탔다. 레저의 수단만이 아닌 일상의 이동수단으로서 가볍고 쉽게 자전거를 도시 내에서 탈 수 있게 되면 많은 도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몸소 느꼈다. 

우리나라 도심은 여전히 지나치게 차량 중심적이며 차도도 무척 넓다. 유럽에서는 보통 4차선이상은 도심에서 보기 힘들지만 우리는 4차선 이하의 도로를 보기 힘들다. 좁은 보도에 포장재료나 페인트로 평면적으로 구분된 자전거도로는 사실상 보행과 자전거의 혼합이다. 차로에 큰 글씨로 써 있는 ‘자전거우선도로’도 차량에 치여 자전거가 우선되기 힘들어 유명무실하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종로를 시작으로 대로변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있고, 강남까지 연결하는 루프(Loop)를 계획하고 있다. 좋은 신호다. 그러나 아직도 완벽하게 차로에서 안전하게 분리되지 못하거나 보행로와 같은 레벨에서 혼합되어 있다. 지금의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한 발짝 나가기 위한 과도기 조치로 보인다. 이후에는 보다 과감하게 차선을 하나씩 줄여 공간을 확보하고 보도, 차도와 입체적으로 구분되어 끊김이 없는 ‘자전거전용도로’의 네트워크화가 완성되길 희망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대로, 서울의 세종대로와도 비견되는 ‘콜싱엘(Coolsingel)’은 최근 차로수를 줄이고 자전거도로 및 보행로를 더 확실하게 확보하는 공사를 완성하였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샹젤리제(Avenue des Champs-Élysée)’거리는 파리의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지적되었던 차량위주의 대로라는 오명을 벗고 2030년까지 자전거전용도 확충 및 포장재 변화 등 보행위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만성적인 교통체증이 심한 미국 뉴욕 맨하튼은 차로의 폭을 줄이고 보도 옆 자전거전용도로를 신설해서 도심에서 자전거타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미 자전거 천국인 암스테르담은 아예 일부 도로의 차로를 바꿔 자전거도로로 전용하고 있다. 
보도를 넓히고 이미 있던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새롭게 정비한 로테르담 콜싱엘
보도를 넓히고 이미 있던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새롭게 정비한 로테르담 콜싱엘

암스테르담 일부 도로는 차로를 아예 자전거전용도로로 전환했다.
암스테르담 일부 도로는 차로를 아예 자전거전용도로로 전환했다.


세계의 여러 도시는 어떤 공공가로 모습이 시민들에게 적합한지 고민을 끝낸 것 같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차량에 대한 극심한 의존은 사람(보행)을 가로에서 배체하게 한다는 것. ‘15분 도시’ 등으로 일컬어지는 미래비전에 대한 실체는 공공교통의 확충과 더불어 사실 ‘자전거’라는 아주 간단하고 오래된 명제에 해답이 있다는 것.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먼저 시작하는 본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지금 서울에 있는 보행로에 선만 그은 빈약한 자전거 도로의 형태가 다른 지방도시들에게서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실행된 도시계획은 다른 도시들에게 롤 모델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도시계획에서도 40m 대로임에도 자전거도로가 보도와 평면 혼합되어 보도가 2m밖에 안 되는 도로 단면계획을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라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것을 보고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가처분용지가 아까워서, 또는 감히 차도나 보도를 깎아먹는 일은 할 수 없어서 소극적이었던 그 일을, 서울에서 과감하게 차선 하나씩 줄이고 미래 대안 교통수단을 위한 자전거도로를 전용도로로 기반시설로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한다면 전국 도시가 이를 따라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 전 국토를 구석구석 자전거 또는 PM을 타고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서울에서 회사를 갈 때, 2시간을 걸려 강변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로변 자전거우선도로로 위험을 무릅쓰고 갈 것이냐를 고민하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40분 걸려 안전하게 회사로 간다.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면, 시간이 약 1시간 쯤 걸린다면(2시간은 너무 힘들다!) 자전거로 통근할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 도시를 좋게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더욱 더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우리 서울시민 모두 자전거길이 가장 빠른 길로 적합한 기반시설이 마련된다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자전거로 서울을 타자,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자. 그러면 우리 서울이 달라지고 나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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