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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하는 7월의 독서산책

드디어 찾아온 여름, 7권의 책과 함께 하는 북캉스 떠나볼까요?
꼭 읽어야 한다고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요. 읽은 후 깊은 감상에 빠져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저 소개해드린 책이 여러분 삶이 작지만 소중한 여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문학] 천년의 질문 1~3 | 조정래, 해냄출판사

“결국 서울 시내 대로들은 부자들이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는 부의 향연장이었던 것이다.”

항상 한국사회를 향해 묵직하면서도 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가 조정래의 신작소설이 출간되었다. <천년의 질문>에서 작가 조정래의 시선은 한층 깊고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되었다. 더 이상 높이 올라갈 곳이 없어 보이는 최고의 권력자들부터 한없이 소외된 깊고 후미진 자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작가 조정래가 이 소설을 통해 주목하는 이 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양극화’다. 더 이상 돌이킬 방법이 없어 보이는 이 사회의 깊은 간극, 바로 계급 격차의 문제를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파고드는 작가 조정래의 붓은 여전히 젊고 힘차다. 국권상실, 동족상잔, 군부독재의 뼈아픈 역사를 빈틈없이 포착해온 작가의 시선은 이제 평범한 국민의 자리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로 확장되었다. 절망적 양극화의 늪에 빠진 국가를 구할 수 있는 힘은 권력자들의 갑작스런 결단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어있는 시민의식임을 설파하는 작가의 목소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따스하고 희망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_ 정여울 / <빈센트 나의 빈센트> 저자

2. [인문예술]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 백승종, 들녘

“우리 역사의 특징은 이상세계를 믿기 보다 우리가 사는 현세를 바꾸어서 최고의 복지사회로 만들고자 한 점이었어요.”

지금 우리에게 동학은 무엇인가? 종교라고 하기도, 서학에 맞서는 사상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그저 조선 말기 농민운동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라는 식으로 역사시간에 배운 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저자는 그 점을 고려하여 동학의 등장 전후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서 시작하여 동학사상의 핵심과 정치사회운동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교훈을 새긴다. 
이 책은 강연을 책으로 묶은 방식을 택했다. 19세기 말 조선이 동학으로 이루고자 한 꿈과 21세기 동학을 통해 현실의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과거의 역사를 통찰하고 시대정신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명강의다. 청년들 대상으로 했지만 그 내용은 어른들에게도 적절하고, 강연을 녹취하여 풀어낸 것이라 입말로 현장감과 쉬운 이해를 담은 까닭에 청소년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동학이라는 주제로 이처럼 쉬우면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저자의 내공이자 매력이 충실한 책이다. _ 김경집 인문학자, 전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3. [사회과학] 법 앞의 예술 | 조채영, 안나푸르나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8천만 장의 사진이 공유되는 지금도 ‘예술 사진의 경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법에 문외한이라도 떠올릴 수 있는 법의 종류 중 적용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최근에 가장 많이 증가한 법은 무엇일까? 1등까지는 몰라도 저작권법이 상위에 들 것이다. 창작물의 생산과 유통이 높은 진입장벽 안에 있는 소수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소비하는 다수는 그것을 향유하되 일련의 규칙을 따르도록 하던 시대, 저작권법은 그 주체인 소수에게만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변화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마냥 소비자일 것만 같던 다수가 각자 창작물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된 시대, 저작권법은 다수에게도 주목받는 자리로 올라설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의 창조물인 법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개인이 홀로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법서 같지 않은 법서’다. 저작권법의 세세한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현실 속 문제의식도 제법 일깨워준다. 각 장은 저작권법에 대한 스탬프 모으기처럼 흥미롭다. 저작권법에 문외한이라도 전체 읽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_이준호 /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4. [자연과학] 과학을 쿠키처럼 | 이효종, 청어람e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 숨어 있는 양자역학이 궁금하다면?”

고급 한정식 코스요리 끝에 나오는 송화다식과 편의점에서 언제든지 간단히 사 먹을 수 있는 초코칩 쿠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정확히 구분하기는 애매하지만, 아마도 예전 세대라면 전자를, 요즘 세대라면 후자를 더 많이 선택하지 않을까. 이러한 취향의 차이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 방식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일반물리학 입문 책부터 보아왔던 공부 방식이 예전의 방식이라면, 요즘 세대는 궁금한 부분만 간단히 유튜브 동영상으로 찾아보고 설명을 듣는다. <과학을 쿠키처럼>의 저자 이효종은 바로 이러한 세대를 대표하는 인기 과학 유튜버다. 반가운 사실은, 그가 동영상으로만 재미나게 설명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어려운 이론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상 속 주제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한 번 손을 대면 금세 한 봉지를 비우게 되는 맛있는 쿠키처럼, 그의 과학 이야기에 빠져들면 순식간에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과학쿠키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_ 장동선 / 뇌과학 박사, 과학 커뮤니케이터

5. [실용일반]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김효경, 남해의봄날

“마을에서 나는 종종 아침에 설레며 눈을 떴다. 그곳에서 나는 더 많이 웃고 가벼워졌다.”

도시에 살면 앞집에,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다고 해도 인사는 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않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구와도 관계 맺지 않고 살아가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아마도 외로울 거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느 순간 소소한 타인의 격려와 응원이, 타인과의 나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온전해지는 법이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는 도시에서 우울증으로 아팠던 저자가 서울 외곽의 한 마을로 이사한 후 회복하는 얘기를 담았다. 그곳에서 그는 마당에 열무를 심었고 이웃들과 부대끼며 자신의 아이와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챙겼다. 비로소 경쟁을 놓았고 세상이 바라는 속도대로 살지 않게 됐다. 
이 마을에는 유독 시끌벅적한 도서관이 있다. 마을에 정착한 초기 주민들은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놓아 도서관을 지었다. 주민들은 도서관에 수시로 들러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마을은 바뀌기 시작했다. _ 송현경 / 내일신문 기자

6. [그림책/동화] 그러던 어느 날 | 전미화, 문학동네어린이

“날 용서해줘. -○○이가-”

글 없이 그림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 사방에서 악다구니가 터지는 도시 외진 구석에서 시들시들 살아가는 외로운 여자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용서를 비는 카드와 함께 배달된 화분. 내버려뒀다 시들어가는 식물을 보다 못해 물과 영양제를 주고 햇빛 아래 놓으니 싱싱하게 되살아난다. 그러면서 여자도 되살아난다. 집안은 금세 화분으로 가득차고,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화분과 함께 이사를 한다. 팔 걷어 부치고 온통 땅을 파서 식물을 옮겨 심은 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정글 같은 초록의 향연 그 안에서 벌거벗은 채 춤추듯 팔을 들어 올린 여자의 얼굴에는 용서가 가득해 보인다. 앙리루소와 피카소를 합한 듯 원초적 생기와 천진한 자유가 넘치는 마지막페이지가 일품이다. 저자 전미화는 그림책이 세상에 대해 질문 많은 아이들만 아니라 불만과 할 말도 많고, 그만큼 뭔가 목말라있는 청소년과 어른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장르임을 가장 확실히 증명하는 작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_ 김서정 / 동화작가, 평론가

7. [청소년] 옌안송-정율성 이야기 | 박건웅, 우리나비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만화가 한국문화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은 것은 근래의 일이다. 문학과 그림이 결합된 이 이야기 예술이 홀대를 당한 이유 중 하나는, 장르의 융합이 오히려 정체성 상실로 비쳤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싸움 과정에서 기대었던 사상 때문에, 냉전으로 분단된 한국현대사에서 그 정체가 지워진 인물이 많다. 삼일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그런 이들을 바로 보려는 노력이 부쩍 일어나고 있다. 이 책도 그 하나로 보이는데, 나라를 되찾고자 남한의 고향을 떠난 청년이 왜 광복이 되어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는가, 중국 최고의 혁명가요와 군가를 작곡한 조선인이 어떻게 조국에서는 잊혔는가를, 청소년이 특히 좋아하는 만화로 이야기해준다. 혁명과 투쟁에 자신의 일생을 던진 이들의 열망을 민화풍의 투박한 그림과 적실한 언어로 그려냄으로써, 사상이든 장르의 형식이든, 융합이 보다 창조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배경과 인물들에 대한 보충 설명이 아쉽다. _ 최시한 /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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