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기순기자] 직장 내 성차별 문화는 과연 ‘옛 말’일까? “여자가 할 수 있겠어?”, “고위직급 여자들은 독해서 된거야”, “여자가 너무 직급이 높으면 거래처에서 부담스러워해”, “왜 아침부터 우거지 죽상이야? 여직원이 웃고 있어야 일 할 맛이 나지”, “남자가 술 빼는거 아니야”, “남자는 육아휴직 하면 안 돼, 그러다 자리 없어져”, “남자가 그 정도 일도 못해내나”, “남자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아”. 2019년 4월,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말과 행동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 강경희)이 2019년 5.1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직장에서 흔히 겪는 성차별 말과 행동을 바꿔보자는 시민 참여 캠페인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직장편」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은 4.4.(목)~4.15.(월)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일하는 곳의 문화 속에서 흔히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바꾸기’ 관련 시민 의견 제안을 받았다.
총 4가지 질문으로 ▲직장 내 성차별 경험 여부(객관식) ▲성차별을 경험한 직무 상 부분(객관식) ▲직장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제안(주관식) ▲내가 다니는 직장(일 터)의 성평등 직장문화 소개(주관식) 등을 물었다.
<직장 내 성차별 사례, 여성(87%)만 아니라 남성도 67%“경험 있다” 응답>
‘직장(일 터)에서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참여자의 83%(1,002명)가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약 87%(858명)가, 남성의 67%(144명)가 성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경험
의견을 제안한 1,205명 중 여성은 82%, 남성은 18%를 차지했고, 20·30·40대가 94%였다. 근무형태별로는 ▲정규직 65% ▲비정규직 26%, 직장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17% ▲100~299인 16% ▲ 30~99명 18% ▲30인 미만이 44%였다.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_직장편 참가자 현황(총 1,205명)
직장 내 성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성차별이 심하다고 느낀 점으로 ‘평가, 승진(27.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임금(21.8%)’, ‘업무(직무)배치(18.2%)’, ‘가족친화제도이용(14%)’, ‘채용과정(13.1%)’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문항은 객관식 복수응답으로 총 1,620건의 의견이 제시됐고, 여성은 ‘평가, 승진(29%)’에서, 남성은 ‘업무(직무) 배치(28.5%)’에서 차별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답했다.
<남녀 공통 : 여성과 남성이 꼽은 직장 성차별 사례 탑(Top)5>
남녀 모두 직장에서 바꾸고 싶은 성차별 말과 행동으로 ‘결혼, 출산, 육아’ 관련 내용이 21.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태도, 성격(15.6%) ▴능력(13.5%) ▴외모(12.3%) ▴커피, 다과, 정리, 청소(10.7%) ▴회식, 술자리, 분위기(8.5%) ▴호칭, 단어(7.9%) ▴힘(5.7%) 등의 순이었다.
‘직장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적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요?’라는 주관식 질문엔 총 1,414건의 의견이 제안되었다(복수 응답).
“직장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 사례 시민 제안 결과 (주관식 복수 응답)
<여성 : “애가 자주 아프네”, “여자치고는 잘하네”,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이지” 등>
여성이 경험하는 성차별 말과 행동 중 ‘결혼, 출산, 육아(21.3%)’ 관련 내용이 1위를 차지했다. 아이 때문에 연차를 쓸 때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거나 “여성은 결혼을 하면 끝” 등의 말을 듣기 싫다고 지적했다. 2위로 “이런건 여자가 해야지” 등 성별고정관념에 기반한 ‘태도, 성격(15.2%)’이 뒤를 이었으며, 3위는 ‘외모(13.3%)’로 화장, 옷차림, 몸매와 관련된 칭찬 또는 잔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직장 문화를 꼬집었다. 4위는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여자치고는 잘하네”, “독해서 승진한거다” 등의 ‘능력(12.6%)’이, 5위는 ‘커피, 다과, 정리, 청소(12.2%)’로 회사에서도 여성에게 다과준비, 청소 관련 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꼽혔다.
이 외에도 접대 자리에 예쁜 여직원을 데려가는 행동과 “술은 여직원이 따라야 제 맛이지” 등의 말과 행동 관련 의견도 제기됐다.
“직장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 사례 시민 제안 결과 (여성 편)
※ 여성이 경험하는 직장 내 성차별 사례
순위 | 구분 | 차별적 말과 행동 |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
1 | 결혼, 출산, 육아 걱정 없는 직장(일 터) | 애인있어요? 결혼할거에요? 결혼하면 애는 낳을 거에요? 면접 시 묻는 행동 | 묻지 말아요. |
여자는 시집가서 애 낳는게 제일이야. | 여자도 끝까지 승진할 수 있어야해. | ||
애가 자주 아프네~ | 애가 아프면 신경 쓰지 말고 연차 편하게 내~ | ||
2 | 이런건 여자가 해야지?! |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 맛이지. | 역시 커피는 셀프지. |
여직원이 정리 청소해야지. | 우리 부서 다같이 정리 청소 합시다. | ||
3 | 여자는 꾸며야지? | 여직원이 화장도 하고 좀 꾸미고 다니지~ | 항상 깔끔하고 웃는 얼굴로 일합시다. |
다이어트 좀 해야겠어~ 손톱색이 매일 바뀌네~ | 외모, 체형, 스타일 이야기하지 말아요. 외모 평가와 지적, 사양합니다. | ||
4 | 능력으로 평가 받는 일터 | 여자치고는 잘하네. | 일 정말 잘하세요. |
여자가 뭘 성공하려고 그렇게 애쓰냐. | 여자도 성공을 위해서 노력 합니다. | ||
5 | 여자는 분위기 메이커가 아니랍니다~ | 역시 여자가 있어야 사무실이 화사하네~ | 모두 함께 화기애애한 사무실 분위기 만들어 보자고~ |
왜 아침부터 우거지 죽상이야? 여직원이 웃고 있어야 일할 맛이 나지~ | 하지 맙시다. |
<남성 :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남자가 그것도 못 해”등>
남성이 경험하는 성차별 말과 행동 주제 1위도 역시 ‘결혼, 출산, 육아(22.5%)’였다.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등 남성이라서 육아를 위한 휴직 또는 탄력근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분위기, 결혼과 육아 관련 차별 언어 등이 꼽혔다. 2위는 “남자가 그것도 못 해” 등 남자라서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능력(18.0%)’, 3위는 “남자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등 남성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적 ‘태도, 성격(17.6%)’ 관련 내용이었다. 4위는 ‘힘(14.3%)’ 쓰는 일 관련 말과 행동, 5위는 ‘호칭, 단어(9.8%)’ 관련된 지적이 이어졌다.
“직장에서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 사례 시민 제안 결과 (남성 편)
※ 남성이 경험하는 직장 내 성차별 사례
순위 | 구분 | 차별적 말과 행동 |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
1 | 아빠도 육아휴직 가고 싶다! | 남자는 육아휴직하면 안 돼, 승진 못해. | 육아휴직 눈치 보지 말고 써요, 아이는 함께 돌보는 거지. |
애를 왜 아빠가 봐~ | 육아는 아빠 엄마 함께해야지. | ||
2 | 남자가 그것도 못해! - 술(회식), 힘 쓰기 등 | 여자에게 이 일을 맡기기는 힘들 것 같아 | 여자 직원분들도 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회식에 남자는 필수 참여야, 남자가 술 한 잔 못해서 되겠어? | 술은 먹고 싶은 사람만 먹도록~ | ||
남자가 돼서 그것도 못 들어서야. | 남자라고 힘이 다 센 건 아닙니다. | ||
남자니까 ‘진상’ (고객) 응대하라는 암묵적 태도 | 힘세고 일 잘하니까 힘든 일 좀 부탁할게. | ||
3 | 남자도 말 좀 합시다! | 남자가 말이 왜 이렇게 많아. | 성별 말하지 말고, 00씨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
남자니까 참아야지. | 사람은 참을 줄 알아야해. | ||
4 | 남자에게도 외모, 옷차림 지적 하지 마세요! | 남자가 왜이리 말랐어. | 외모 이야기 하지 않기. |
남자가 무슨 분홍색을 좋아해. | 옷 색깔 예쁘다. 트렌디한 색 좋아하네. | ||
5 | ‘더치페이’는 항상 옳다! | 남자가 이 정도는 내야지! | 우리 각자 내기 하자! |
한편 응답자들은 직장에서 경험하는 성평등 사례도 제시했다. 전체 응답 1,221건(복수응답) 중 ▲출산․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30.3%) ▲유연근무 제도․정시퇴근(11.3%) 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직장 문화가 약 42%로 가장 많았고 ▲화장․몸매․옷차림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 문화(14.8%) 등도 성평등 사례로 제시됐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성평등 노동시대, 직장 내 성차별적 말과 행동에 대해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점검해 볼 시점”이라며 “남성과 여성 모두 차별 없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누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말과 행동을 할 때 모두가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