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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는 왜 필요한가?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18일 문재인 정부 일자리 5년 로드맵이 모습을 드러냈다. 10대 중점과제와 100대 세부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특히 관심을 끈 대목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빚었던 공공일자리 81만개 확충 계획이었다.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5년 로드맵을 제시한 후 각 부처 별로 좀 더 세세한 일자리 로드맵도 발표되고 있다. 10월 25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2020년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는 현장민생공무원 17만4000명 신규채용,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명,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등의 방식을 통한 30만 명의 확충으로 구성된다.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30만 명은 20만5000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외에 공공기관 서비스 제고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인력 6~8만 명의 확충과 정부기관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1만5000명 - 3만5000명으로 구성된다.

 

부처 차원의 세부적인 계획안, 예를 들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의 확충방안이라든가, 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의 발표가 향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에 대해 ‘돈을 쓰는’ 일자리라는 일부 비판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다. 특히 과거 고위 공무원이었다가 민간으로 가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민간 부문만이 ‘돈을 버는’ 생산적인 일자리이다.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대개의 경우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이다. 그러한 일자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민간 부문의 ‘돈을 버는’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애당초 가능하지 않거나(국방, 소방과 치안, 사회복지 전달 서비스), 민간 부문에 맡기기 보다는 공공부문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분야(육아, 요양 등 돌봄 서비스), 그리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을 감시하고, 차별적이거나 부당한 노동행위를 막는 서비스(공정거래 감시, 근로감독관 등)를 위한 일자리들이다.

 

이들 일자리를 민간의 ‘돈을 버는’ 일자리로 놔둘 경우 국민들은 자신들이 받는 서비스 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그 서비스의 질이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 민간 보육시설을 통해 우리가 익히 경험한 일이다.  한국에서 국가가 해야 할 서비스를 하지 않거나, 공공부문이 했어야 할 서비스를 민간에게 맡겨 국민들이 누려야 할 후생을 누리지 못하게 하고 가계 부담이 늘어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의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7.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OECD 선진국들의 경우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6%에 이르는 것은 바로 그러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바로 이렇게 OECD 평균 대비 1/3 수준의 공공부문 일자리 수를 최소한도 절반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대국민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시킴으로써 작은 정부가 아니라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분명히 지금보다 효율성이 높아져야 할 일자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리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산적해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과 동일한 차원에서의 공공부문 개혁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공공부문 자리는 원래 민간부문의 ‘돈을 버는 일자리’여도 되는 것인데, 그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고시를 통해 뽑아서 그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니다. 민간이 할 수 없는, 민간이 하는 것보다 공공이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일자리가 공공 일자리인 것이다. 

 

시장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전제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공공서비스인 것이다. 이미 언급한 국방과 소방, 치안, 돌봄서비스 이외에도 숱한 경제 관련 공공서비스가 존재한다. 가령 금융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최후의 대부자 기능을 제공하는 한국은행이 있는 것이고, 예금보호기능을 통해 뱅크런을 막는 예금보험공사가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의 시장감시가 없다면 시장은 기본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이러한 공공서비스를 ‘돈을 버는’ 민간 일자리로 바꾼다면 시장경제라는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그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부문 일자리 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들이 왜 민간 부문이 아니고 공공부문 종사자가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국민을 섬기는 일이다. 그래야만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생겨날 것이고 이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공부문 종사자 일자리의 최소한의 증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다.


 

2017.10.27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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