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자 조강숙(프리랜서) 필자는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총선 때부터 대전에서 ‘투표지분류기요원’으로 활동해왔다. 이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분류기요원으로 활동했고, 5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책임운영요원이 됐다. 지난 3월 8일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책임운영요원 교육에 대전중구선관위 책임요원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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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부터 4일간 지역별로 ‘투표지분류기 책임운영요원’에 대한 교육이 선거연수원에서 실시됐다. |
투표용지자동분류기는 2002년 3회 지방선거 때 처음 도입 사용된 전자개표시스템이다. 투표지 스캐닝을 통해 분류 및 계수를 자동화하고, 각 선거구별로 집계된 개표결과를 통신망을 통해 중앙선관위로 전송해 개표 오차율을 최소화하고 개표시간 및 결과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분당 220매의 투표용지를 자동으로 분류해, 개표시간을 절반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했으며, 이후 처리속도가 향상돼 분당 300매 정도의 투표용지를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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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총선거 당시 투표지분류기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 |
교육을 담당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는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개표부정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을 받다보니 비로소 본격적인 선거정국이 시작됐음이 실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보도자료를 보면 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역대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 1월 12일, 중앙 및 전국 시·도선관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관리대책회의’를 시작으로 2월 15일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선거법 위반 행위에 신속한 대응과 선거상황 실시간 파악을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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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월 15일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달라진 투표용지로 무효표 줄인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회의원선거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실시된다. 또한 일반범 집행유예자와 1년 미만 수형자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되는 등 선거권자가 확대되고, 최초로 국내·재외·사전·거소·선상투표의 일괄 실시, 귀국투표 신설 등 선거제도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선거제도 중 투표지분류기 운영요원으로서 가장 체감하는 것은 바로 투표용지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투표용지 후보자란 사이에 여백을 설정해 기존 투표용지에서 자주 발생됐던, 두 개의 란에 걸쳐 기표해 무효표 처리되는 것을 예방한다. 이번 책임요원 교육 때 바뀐 규격에 따라 연습용으로 제작된 용지로 시험운행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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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도입되는 투표용지. 후보자란 사이에 여백을 두어 무효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점자형공보물 의무화
두 번째는,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이 의무화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를 발송하는 작업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공보물이 제작 발송된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비싼 제작비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후보자가 더 많아 아쉬움을 느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후보 모두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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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공보물이 의무화 된다. |
비하·비방, 여론조작 처벌 강화
세 번째,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사람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그동안 거리유세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후보자 방송토론에서조차 상대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비하나 비방 발언들이 난무했지만 크게 문제 삼거나 처벌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었던 불합리한 사례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 선거여론조사에 있어서 조사 시기에 관계없이 관할 선관위에 신고해야 하며, 여론조사결과를 왜곡·공표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3백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지금까지 후보자마다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장하는 사례가 많아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조사대상이나 방법 등에 있어서 신뢰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당내경선의 선거인 모집, 당내경선 여론조사 및 그 밖에 정당의 정당활동을 위해 여론수렴이 필요한 경우 관할 선관위를 경유하여 이동통신사에 지역·성별·연령별로 안심번호를 요청할 수 있고, 당내경선에 있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응답하게 하거나 2개 이상의 전화를 착신전환 하는 등의 선거여론조사 왜곡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신설됐다.
이처럼 달라진 선거제도로, 총선 과정에서 금품선거, 흑색선전, 여론조작을 3대 주요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3월 4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우선 매수·결탁, 대가 지급 등 금품선거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배후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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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열린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에서 금품선거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배후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사진=국무총리실) |
공명한 선거를 위해 행정자치부도 나섰다. 선거기간 중 직무소홀 및 직무유기 등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1월 14일부터 가동 중인 지자체 합동점검반의 점검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대 우리나라 투표율은 계속 떨어져,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는 50%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지난 18대(2008년) 선거에서 46.1%까지 내려갔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역대 가장 공명한 선거가 되도록 여러가지 제도가 마련된 만큼 깨끗한 선거, 온국민이 참여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책기자 조강숙(프리랜서) naksc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