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중, 치평초교, 전남고와 인접한 아파트 사잇길 400m는 아동을 위한 거리다.
지난해부터 어른이 아닌 아동들이 제안하고, 만들고, 즐기는 거리를 만드는 중이다.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아동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동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아동 디자인 워크숍’까지 개최했다.
최대한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목표다. 아동들은 또래끼리 편하게 모여 쉬고, 놀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의 거리를 원했다.
광주 서구는 주변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토대로 제2차 전문가 컨설팅을 준비한다. 내년 하반기 광주에 아동을 위한 전문 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구는 지난 8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아동친화도시에 선정됐다. 조례를 제정해 아동을 존중하고, 아동의 이익과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편 결과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디언의 속담을 구정에 반영한 것이다. 광주 서구가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온 마을이 나서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만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학생까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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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를 보장한 아동친화도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의 4대 기본권리인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 정책에 잘 반영되고 있는 지역사회를 말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담은 협약으로 1989년 11월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한 196개국에서 이 협약에 비준했다.
아동친화도시 사업은 200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사무국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국가로 확산했다. 현재 1300여 도시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다.
국내에서는 4년 전인 2013년 11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서울 성북구를 첫 번째 아동친화도시로 인증했다. 이어 전북 완주군, 부산 금정구, 전북 군산시, 서울 도봉구, 서울 송파구, 서울 강동구, 경기 오산시, 전북 전주시, 충북 충주시, 서울 종로구, 광주 서구, 경기 수원시, 세종시 순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국내 도시는 모두 14곳이다. 서울이 5곳, 부산 1곳, 광주 1곳, 경기 2곳, 충북 1곳, 세종 1곳, 전북 3곳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광주 서구가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47개 자치단체가 가입한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가 있다. 이들 도시는 아동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로 협력한다. 아동친화도시는 4년마다 재인증을 받는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의외로 까다롭다. 유니세프의 5개 원칙에 따라 12개 목록에 대한 거버넌스 보고서 작성과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아동의 참여와 아동 친화적 법체계, 아동 관련 예산 확보 등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아동친화도시 조성 4개년 계획 수립과 사전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모범적인 아동친화도시는 프랑스 이실몰리노와 콜로미에가 꼽힌다. 이들 도시는 행정기구 내에 아동을 구조적으로 참여시킨다. 도시와 학교, 행정이 연계해 아동의 돌봄 영역도 확장해 나간다.
우리나라는 국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친화도시에 더 관심이 많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는 국제법상 아동권리 보호와 법적 의무가 있다. 정부는 협약 이행이 미비하다는 권고사항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아동정책이나 관련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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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눈높이에서 시민권·참여권 보장
아동친화도시에 선정된 광주 서구는 아동권리를 보장하는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아동의 시민권과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된 청소년 구정참여단이다. 초중고 학생 89명으로 구성된 구정참여단은 아동의 눈높이에서 지역 현안과 아동 관련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한 제안은 아동전용공간 확보였다. 아동들이 건전하고 안심하게 놀 수 있는 전용공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청소년 문화의 집을 신축하면서 아동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어린이 홈페이지와 생태학습도서관을 리모델링할 때도 구정참여단의 의견을 대폭 수렴했다. 아동을 위한 테마 어린이 공원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테마공원은 금호어린이 공원과 반달어린이공원 등 두 곳에 만든다. 이들 테마공원은 단순히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는 획일화한 어린이공원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게 서구의 목표다.
아동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서 기본계획에 반영한 상태다. 아동 의견 수렴결과 공통점이 나왔다. 서로 다른 아동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이 두 공원에 필요한 공간과 시설이 일치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모래놀이(흙놀이)와 암벽등반 등 모험놀이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505보안부대 옛터에 계획 중인 5·18역사공원을 만들면서도 아동을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서구는 아동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아동 관련 기관 종사자로 구성한 아동친화도시 민관실무협력체를 조직했다.
이처럼 구정에 아동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아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성과가 나온다. 안전과 건강, 놀이 여가를 할 수 있는 아동시설 확충에 주민들이 앞장서고 있다.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옴부즈퍼슨 모니터링단과 동별로 인권지기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옴브즈퍼슨은 교수와 변호사, 전직 교장, 전직 경찰관, 아동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로 꾸려 아동의 인권보호에 힘을 모은다. 서구는 위기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꿈키움 배움학교(진로직업 훈련) 운영 등 다양한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