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최동민기자]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미국 관세 충격에 대비해 마련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의 초기 두 달간 집행률이 0.5%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수출기업들이 겪을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 500억원을 신규 편성받아 3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을 신설해 올해 5월부터 운영 중이다.
유동수 의원(제20대·제21대·제22대 인천계양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경제수석부의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신설 이후 8월까지의 지원 실적은 4개 기업, 150억 원에 불과해 집행률이 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업은행은 지난 9월 초 기업별 지원한도 상향과 금리인하 폭 확대 등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중소기업의 지원 한도는 3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중견기업은 5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했고, 신규로 대기업 지원을 추가해 한도를 1,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또한, 금리 인하 폭은 최대 0.2%에서 0.5%로 확대됐다.
이 같은 제도 개편 이후, 9월 지원실적은 107개 기업에 1조 2,510억 원이 집행되며 누적 집행률은 42.2%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초기 집행 부진과 9월초의 급격한 프로그램 개편은 피해예상기업에 대한 수요조사 등 사전 준비가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산업은행은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자금으로 2조 원 규모의 ‘수출경쟁력 강화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은 ‘최근 2년간 수출실적이 있는 기업’등으로, 관세 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이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과 중복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두 프로그램의 지원 목적이 다르므로 중복 지원은 가능하지만, 당초 취지에 맞게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지원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미국 관세위기로 인해 수출기업 피해가 코 앞인데 정작 자금은 책상 위에만 머물러 있었다”며 “추경을 통해 신속 대응을 목표로 만든 프로그램이 초기 두 달간 사실상 멈춰 있었다는 것은 피해예상기업 수요조사나 준비가 부족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 의원은 “9월 실적 급증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초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자금 밀어내기식 집행’으로 비칠 수 있다”며 “관세 부담은 대기업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2차 벤더기업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대기업 편중을 방지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