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오늘 경실련은 제21대 대통령선거의 결과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임효창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제21대 대선 결과에 대한 총론 발제를 맡았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외신에서 ‘친위 쿠데타’로 규정되었고, 이번 조기 대선은 사실상 12월 3일 또는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된 4월 4일에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선거는 그 정치적 결론을 숫자로 확인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하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이재명 후보가 50%를 넘길 수 있는지, ▲김문수 후보가 40%를 넘길 수 있는지, ▲이준석 후보가 10%를 넘길 수 있는지를 꼽았다. 그는 “이재명 당선인이 50%에 미치지 못했고, 김문수 후보는 40%를 넘겼으며, 이준석 후보는 10%에 못 미쳤다”며,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이 일정한 균형을 만들어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고,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선을 명확히 긋지 못했음에도 40%를 상회하는 지지를 얻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당선인이 직면한 딜레마는 ‘내란 척결’과 ‘국민 통합’ 사이에 있으며, 누구보다 그 간극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통합을 고려한다면 내란 척결을 단순히 완화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환기하며, “김문수 후보가 42%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흔히 ‘적’으로 규정되거나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들과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중도좌파 후보를 자처하면서 정치 지형의 좌측에 생긴 공간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한성민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9.5%라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매우 높은 수치라는 점에 주목하며, 단순히 ‘민주주의 회복’만으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투표율은 정치 양극화와 적대적 정치문화 속에서 양 진영이 총동원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며, “당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비율이 약 55%, 정권유지 응답은 35~45%로 나타났고, 실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과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쳤을 때 진보와 보수가 정확히 50:50으로 나뉘었다는 해석은 단순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 역시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 찬성 진영이 실제로는 57~58%에 달한다”고 해석했다.
한 교수는 이재명 당선인이 이날 취임식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서 어떤 점이 주목되어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그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회복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약속한 국민소환제 등 제도개혁 공약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소환제와 관련해 “공약이 전반적으로 포괄적이며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제대로 설계되지 않을 경우 여론재판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였느냐는 평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내란세력 대 반내란세력’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했고, 이는 김문수 후보의 책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이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선거가 진행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재원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며, 한마디로 ‘계획 없음’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윤석열 정부 시기의 감세 기조를 고려할 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점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책임성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서는 입법권과 행정권이 한 정당에 집중된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이는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계획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정책과 실행계획의 부재는 더욱 우려된다”며, “성장과 분배, 중산층과 서민, 청년을 포괄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들을 신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신현기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은 “민주화 이후 윤석열 대통령처럼 선출직 대표가 비상계엄을 통해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공격한 사례는 유례없는 사건”이라며,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역대 9명의 대통령을 비교하며,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득표율 격차가 작았던 대통령이 가장 불행한 국정운영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득표율 격차가 큰 정권교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했다”며, 이재명 당선인은 후자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명박·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을 비교 사례로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후 이를 ‘권력의 위임’으로 해석하고 쇠고기 수입 협상 등을 강행했지만, 이는 곧 촛불시위로 이어져 지지율이 급락했다”며, “이재명 당선인 역시 초기 권력 기반에 대한 과신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당시에도 인수위 없이 출범했고, 이번 이재명 정부 역시 인수위 없는 정부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며, “전임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특히 중요하며, 내란 종식이 사법적으로 장기화될 경우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면 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중심의 여론정치가 강화된 배경에는 국회 권력 기반이 약했던 점이 있었으며, 이재명 정부는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의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는 여당과의 일체감을 중시하며 대통령이 당에 종속되는 경향을 보였고, 이재명 당선인의 경우에도 수직적이지는 않지만 일원화된 구조로 이해된다”며, “현재는 여야정 협의체 등 제도적 협치를 통해 107석을 가진 야당과 굳이 손잡지 않아도 되는 국면이지만, 오히려 협치의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언론 및 대중과의 관계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청와대 중심 여론정치를 펼쳤던 것처럼, 이재명 정부도 여론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정치의 정파화가 심화되었고, SNS를 통한 직접 소통이 보편화되면서 지지층과 반대 진영 간 갈라치기가 일상화될 수 있다”며, “SNS의 양면성에 대한 경계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유권자의 절반이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 그리고 특정 진영에 절대적인 권력을 몰아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독선을 경계해야 하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을 “시민 주도의 내란 평화적 종결”로 평가하며, “민주주의의 성숙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비제도권의 응원봉과 제도권의 투표용지가 조화를 이뤘으며, 이제는 이를 어떻게 제도 정치로 이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정책 중심의 선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공약집이 늦게 나왔다는 점도 있지만, 정치지형 자체의 축이 빠르게 전환되면서 정당들이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당선인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는 이데올로기보다 실용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성장 중심의 비전과 어떻게 결합할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중심의 다소 야심찬 성장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기술 주도의 성장과 ‘모두의 성장’을 어떻게 함께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에서 기술 주도의 성장은 종종 특정 집단을 동원한 뒤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이러한 배제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 관습적으로 덧붙여지는 방식이 아니라, 성장과 통합의 비전이 더 근본적이고 주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극우 성향의 확산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성향은 대개 성장에서 탈락한 집단의 감정적 반응으로 볼 수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장과 통합의 정교한 설계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대와 70대에서 우경화 경향이 두드러졌고, 결과적으로 U자형 지지 성향이 나타났다”며, “이들이 내란세력을 지지하고, 부동층으로 남은 이유는 단순한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