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박기문기자]지난 25일 열린 북한 인민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새로운 핵무기 등장, 핵선제사용 선언 등 주목할 점들이 있었으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이 흰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 단상에 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단순한 ‘쇼’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김정은이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 앞에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할수 있는 명분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북한 김씨 일가가 열병식에서 흰색 군복,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6.25전쟁 종전후인 1950년 7월 28일 ‘전승열병식’이 처음이다. 당시 김일성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명분으로 흰색 원수복을 입고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열병식은 물론 다른 행사들에서 조차 흰 원수복을 입지 않았다.
김정일도 생전에 원수 칭호를 수여받은 뒤 간부들로부터 '핵무기에 성공했으니 흰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일 스스로 생각했을 때 흰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나갈 만큼 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죽을 때까지 끝내 흰 원수복을 입지 않았고 김정은은 김정일에게 사후 대원수칭호를 수여했다.
김정은집권초기 북한군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 군 부대 청사들과 병실, 그리고 군대 행사시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원수 군복 사진을 걸어놓고 우상화작업을 적극적으로 벌렸다. 그러자 김정은은 군부에 '아버지(김정일)는 생전에 군복을 입은 적이 없는데 왜 사실과 다른 사진을 걸어놓느냐'며 내리도록 지시했다. 그만큼 김씨일가는 군복을 입고 공식 행사장에 나갈 때 명분을 중시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김정은은 2012년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서 원수칭호를 받았으나 원수복을 입지 않았다.
지난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후에도 원수복을 입지 않았다. 그랬던 김정은이 이번에 흰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섰다. 이는 6·25 전쟁 직후의 김일성에 버금할 만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을 김정은 본인은 물론 북한 간부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김여정은 공개담화에서 '북한 핵무력'이 아닌 '핵전투무력'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북핵이 이미 시험개발 단계를 넘어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하며 김정은도 이제는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장에 나갈 만큼 북한 핵무기가 실전 배치 단계로 진입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는 김정은에게 비핵화의지가 분명 있다면서 북한 핵무기의 실제적 위험성을 애써 가리우려고 했다.
윤석열정부는 날로 고도화, 현실화, 다종화 되는 북핵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4월 2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