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최동민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 본회의를 막아내면서 야당으로서의 실력을 행사했지만 예산심사와 민생법안 논의가 중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3가지 조건 가운데 한 가지라도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국 민정수석 해임·조명래 장관 임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공공기관 채용비리 진상규명 국정조사 등 ‘3대 조건’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제시하며 일을 손에 놓았다. 이에 지난 15일 합의된 일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고, 민생법안 91개가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 통과가 예정된 91개 법안에는 소위 ‘쟁점 법안’이 없어 정치권에서는 무리 없는 본회의 통과를 예상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게 됐다.
특히 대법관 공백도 2주째 지속되고 있지만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조차 못했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구성에 차질을 빚으며 예산 심사 역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태도에 대해 “민생 국회 발목잡기”라며 야당이 대통령의 인사 권한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두 야당은 자신들이 확실히 존재감을 보였다고 자평하는 모습이다. 여소야대라는 원내 상황에서 야권의 협조 없이는 쟁점 사안이 없는 법안이라고 할지라도 막아낼 수 있다는 신호를 여권에 준 것이다.
다만 김성태·김관영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제시한 ‘3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여당과 청와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앞선 두 조건은 모두 문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사안인데, 해외순방 기간인 만큼 문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외교·안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흔들기는 과하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조 수석에 대한 해임 요구에 대해서도 여권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김관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참석 불가 원칙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당초 준비된 회견문에는 조 수석 해임에 대한 내용이 없었지만 기자회견 직전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야당이 제시한 7대 인사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인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된 조건은 수용이 어렵더라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문제는 여당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여당은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난 이후 국정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19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정례 회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성과에 따라 향후 국회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