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최동민기자)대한민국 국회는 제69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국회의사당 제3회의장에서 '새로운 개헌의 과제'라는 주제로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대토론회에는 박관용·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및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토론자로 참여했고,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 이주영 위원장과 간사를 비롯한 개헌특위 위원을 포함하여 120여명이 대토론회 현장을 빈틈없이 메우며 개헌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기조연설에서 “21세기 첫 개헌은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향식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특위 위원들에게 “역사적 사명감으로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개헌안을 도출해달라”고 당부하며,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정치 불신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임을 강조하면서 성공적인 개헌의 조건으로 정치권이 정파를 떠나 합의를 도출하고, 대통령은 국회와 소통하며, 개헌과정에 국민참여를 보장할 것"을 제시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이 집중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며 상호 견제와 통제 장치가 미비하다는 데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권력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직선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가 적합하며, 특히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강력한 제한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정치개혁이 국가개혁의 선결과제라는 전제에서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분권 개헌이 국가의 전체 역량을 확대하고 국가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성공조건으로 정치문화의 개선을 강조하며, "양원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주기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방향이 이제는 권력구조보다 삶의 변화와 발전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하고, 선거 및 정당제도 개혁 없는 개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사회 통합의 기본으로서 개헌의 의미를 부여하며, 선거제도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개정해야 성공적인 개헌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한 국가원로 대다수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지방분권이 미약한 현행 헌법이 분권형 헌법으로 개정되어야 하고, 개헌의 성공을 위해서 선거제도 및 정당제도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면서, 정치권이 개헌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나라의 미래를 우선 생각하며 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개헌은 권력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앞으로 개헌논의 진행을 소상히 밝혀 국민이 개헌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은 제20대 국회에서 개헌특위 구성 및 활동으로 본격화된 개헌 논의의 배경과 경과를 소개하면서 "국회사무처도 국민이 공감하는 개헌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토론회는 국회방송과 네이버 및 다음에서 생중계되었으며, KBS 1TV도 오후 3시부터 녹화 중계했다. 국회방송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다시 볼 수 있으며, 『국회보』 8월호에서도 상세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제헌절에 국회에서 열린 대토론회를 계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국민의 호응과 함께 새로운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세균 국회의장 제 69주년 제헌절 기념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 기조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박관용 전 국회의장님, 김원기 전 국회의장님,
임채정 전 국회의장님, 김형오 전 국회의장님,
정의화 전 국회의장님,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님,
이홍구 전 국무총리님, 박주선 국회부의장님,
이주영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개헌특위 위원과 내외 귀빈 여러분,
예순아홉 번째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회가 준비한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
함께해 주신 데 대해 국회를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헌법기관장으로서
우리 헌정사를 이끌어 오신 원로 여러분을 모시고
30년 만에 추진되는 개헌에 대한
고견을 청취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로부터 69년이 지난 오늘,
민의의 광장인 국회에서
새로운 헌정질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원로 여러분의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개헌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지
함께 숙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대토론회를 계기로
앞으로 각계에서 개헌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논의 수준도 한층 더 깊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지금 ‘21세기 첫 개헌’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대한민국은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부단히 앞을 향해 전진해 왔습니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성취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밑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도 날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역사의 격랑을 헤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시스템도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까닭입니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다듬고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최고 규범으로서의 권위와
실질적 효용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로운 헌법 질서를 통해
낡은 국가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은 더 이상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개헌 추진의 3대 원칙도 밝혔습니다.
<국민에 의한 개헌> <미래를 향한 개헌>
<열린 개헌>이 그것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의 요구에 의한 개헌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사사오입개헌과 유신개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헌은
권력이나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이 아니라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향식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말씀드렸던 이유입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일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역할입니다.
우리 국회는 올해 초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개헌특위를 구성하여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습니다.
오늘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전국순회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으며
온라인 창구 개설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여
국민의 요구와 의견을 모아 나갈 예정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개헌은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하여
시대정신에 맞게 제도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번 개헌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나라의 역량이 한 곳에 편중되면서
권력의 오남용과 국가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개헌으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 돕고 또 견제하면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중앙집권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새롭게 배분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기본권을 더욱 충실히 보장해야 합니다.
기본권의 주체를 확장하고,
양성평등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며,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새로운 기본권도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국민을 위하여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하고
또 제대로 집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재정 제도를 반드시 보완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의사가 정치 현장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도 함께 손봐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앞선 경축사에서
개헌과 관련된 모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참여를 유도하고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개헌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근간임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표를 고려할 때
개헌특위 활동이 종료되는 올 연말까지
여야 합의로 개헌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하신 개헌특위 위원님들께 당부 드립니다.
오늘 대토론회를 계기로 남은 반년동안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숙의와 연구를 거듭하여 개헌안을 만들어 주십시오.
다양한 생각을 모아 단일한 개헌안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정신이며 국회의 역할입니다.
힘들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개헌안에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고,
새로운 헌법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 상반기 유례없는 가뭄으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사막에 사는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합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아십니까?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간절함과 끈질긴 노력이
개헌 과정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촛불시민혁명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간절함이었습니다.
이제 국민의 부름에
우리 국회가 응답할 때입니다.
부디 오늘 대토론회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싹틔울
단비가 되길 기원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