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문종덕기자] "오늘이 국가 창업 시대, 고용보다는 창업으로 국가의 중심을 바꾸는 대전환의 첫 출발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꺼낸 말이다.
재정경제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관계부처와 스타트업·협단체 등 6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스타트업 열풍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창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엔진으로 삼겠다는 정책 방향을 공식화했다.
이후 두 달여 동안 후속 정책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창업 진입부터 성장, 재도전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창업시대'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30 (사진=연합뉴스)
◆ K자형 성장의 벽, 창업으로 넘는다
정부는 우리 사회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수도권·경력자에게 집중되는 'K자형 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정적인 소수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심화되는 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일자리 패러다임을 '찾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창업이 그 핵심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단순히 창업을 측면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창업의 동반자가 되어 위험을 함께 나누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방향 아래 정부는 모두의 창업, 테크창업, 로컬창업, 창업생태계 혁신을 4대 축으로 하는 '스타트업 열풍 조성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창업 지원이 사업계획서 심사·선정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국가가 창업 인재의 잠재력에 먼저 투자하고 경연을 통해 성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창업의 문이 열렸다…'모두의 창업'
이 전략의 첫 번째 실행 사업이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전 국민 참여형 창업 오디션으로, 국가가 창업 인재의 잠재력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복잡한 사업계획서 대신 아이디어 중심의 간결한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발대식에서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관련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25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테크 분야 4000명, 로컬 분야 1000명, 총 5000명을 선발해 1인당 창업 활동자금 200만 원을 지원한다. 비수도권 창업가를 70% 이상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가운데 1000명이 17개 시·도 예선과 5개 권역 본선을 거쳐 최종 100명의 '창업 루키'로 선발된다. 1000명에게는 단계별로 최대 2000만원의 사업화 자금과 AI 솔루션을, 최종 100명에게는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에서는 100명의 '창업 루키'가 참여하는 대국민 창업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투자를 합해 1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선발된 창업 루키들을 위한 500억 원 규모의 '창업열풍펀드'도 조성된다.
이 과정을 뒷받침하는 것이 100여 개 보육기관과 500여 명의 선배 창업자 멘토단이다.
보육기관은 창업가를 직접 선발해 전 과정을 책임지고 육성하며,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창업가·보육기관·멘토단이 상시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www.modoo.or.kr)도 구축됐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신청 창구를 넘어 창업 주체 간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생태계로 운영된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3월 26일 참여모집을 시작했으며 5월 15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신청은 모두의 창업 플랫폼(www.modoo.or.kr)에서 할 수 있다.
◆ 테크에서 로컬까지…창업 성장 경로 구축
'모두의 창업'을 통해 진입한 창업가는 이후 어떻게 성장하는가.
정부는 이 경로를 테크창업과 로컬창업 두 축으로 설계하고, 도전 분야에 따라 체계적인 성장경로를 연결한다.
테크 창업가는 창업기업의 공공 구매를 강화하고, 세계 각국의 해외 스타트업 참여 경로를 개발해 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로컬 창업가는 자금 공급, 역량 강화, 해외시장 개척 등 성장기반을 마련한다.
1월 30일 전략회의 이후, 각 분야별 후속 정책이 이어졌다.
테크창업 분야에서는 방산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 정책이 먼저 발표됐다. 중기부와 방사청은 2월 23일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제조·대기업 중심이던 방산 생태계에 AI·드론·로봇 등 '딥테크(Deep Tech)'를 활용한 첨단기술 스타트업의 진출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육·해·공군 및 체계기업과 협업하는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를 신설하고, R&D부터 양산까지 패키지로 지원한다. 2030년까지 방산 참여 스타트업 100개사, 벤처천억기업 30개사 육성이 목표다.
뒤를 이어 복지부와 중기부는 3월 24일 '제약바이오벤처 육성 전주기 협업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반도체 산업의 3배 규모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의약품 수출 100억 달러 돌파·기술수출 21조 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발판으로 삼는다.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으로, 스케일업·스피드업·레벨업·시너지업의 '4UP 전략'을 통해 R&D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한다.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30조 원 달성이 목표다.
창업가가 만든 새로운 기술이 실제 시장에 닿으려면 튼튼한 판로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 고리를 선도기업과의 협업으로 잇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일 '모두의 챌린지 AX 출범식'을 열고 '모두의 챌린지'를 공식 출범시켰다.
'모두의 챌린지'는 분야별 선도기업이 보유한 제품과 AI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결합해 기술실증을 통한 사업화를 촉진하고, 판로 확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LG전자, 퀄컴, SKT등이 참여해 AI 적용 협업과제를 공고·지원하며, 스타트업 총 48개사 내외를 선발해 기술실증 협업자금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성과 우수 기업에는 수요기업 제품 탑재, 공동상품화 등 실질적 판로 기회도 연결한다.

26일 오후 낮 기온이 10도를 웃돈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있다. 2023.2.26 (사진=연합뉴스)
로컬창업 축에서는 3월 25일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이 발표됐다.
전국 핵심 상권 123개 중 79개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수도권 점포당 월매출이 지방의 약 4배에 달하는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로컬 창업가 1만 명을 발굴하고 1000개사를 육성하는데, 90% 이상을 지방에서 선발한다.
2030년까지 글로컬 관광상권 17곳(상권당 50억 원), 로컬 테마상권 50곳(상권당 최대 40억 원), 전통시장 기반 백년시장 12곳을 조성하고, 로컬기업 전용펀드를 최대 2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
한편, 성장한 창업기업을 위한 경쟁 무대도 마련됐다.
국내 최대 범부처 창업경진대회 '올해의 K-스타트업 2026'을 개최한다.
기존 '도전! K-스타트업'을 개편한 창업경진대회로, 9개 부처가 협업해 AI리그·국방리그·여성리그 등 12개 리그를 운영한다. 왕중왕전 대상에게는 5억 원 상금과 대통령상을 수여한다.
정부는 향후 대한민국 전역에 창업 열풍을 확산하기 위해 후속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 재도전 지원 강화…실패 경험의 자산화
정부가 이번 창업 정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재도전' 생태계 구축이다. 실패를 제도적으로 자산화 하겠다는 것.
창업 과정의 도전 이력을 '도전 경력증명서'로 발급하고, 탈락하더라도 '실패 경력서'를 제공해 향후 창업 지원사업 참여 시 우대한다.
여기에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 조성, 메가특구 내 창업기업 규제 특례 도입, 대기업-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 활성화도 함께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1월 30일 전략회의에서 "한 번의 실패가 경력에 누가 되는 구조를 바꾸고, 도전과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 K-스타트업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6.1.8 (사진=연합뉴스)
◆ 현장이 던진 질문들
현장은 기대와 함께 현실적인 질문과 과제도 던졌다.
1월 30일 전략회의에서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창업 열풍을 만들 수 없다고 짚었다. 창업 생태계의 성패는 지원금 규모보다 기존 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넘어서는 제도 혁신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었다.
"창업 숫자가 아니라 시장 규모와 매출이 지표가 돼야 한다"는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의 제안도 있었다.
규제 문제도 제기됐다.
박대희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규제가 있다는 걸 창업자가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창업 초기 단계부터 규제 스크리닝과 샌드박스 트랙 연계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지방 창업 생태계의 현실도 언급됐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는 "연봉을 2배 줘도 지방에 안 온다. 결국 서울에 오피스를 열고 대부분 인력을 서울에서 뽑아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수도권 선발 비율을 70%로 설정했지만, 보육기관과 멘토 네트워크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 국가창업시대, 이제 시작이다
'모두의 창업' 모집이 시작되면서 '국가창업시대' 정책이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정책은 창업 진입부터 재도전까지 전 과정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위험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기존 창업 지원 정책과 차별화된다.
정부는 더 많은 국민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후속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시대, 그 문이 열렸다. 이제 관건은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국가창업시대'가 선언을 넘어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