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들의 취업 문제로 고민하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부 중앙부처 인사과장 B 씨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B 씨에게 해당 부처가 시행하는 채용시험에서 “아들의 면접 점수를 높게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럴 경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A 씨와 B 씨의 행위는 모두 위법이 된다. 특히 A 씨는 B 씨가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더라도 청탁한 일 자체만으로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A 씨가 공직자일 경우에는 3000만 원 이하, 일반인일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인사과장 B 씨가 청탁을 들어줬을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단, 아들은 부정 청탁한 사실이 없으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취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생 C 씨는 한과목에서 D학점을 받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곧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점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는데도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C 씨는 담당 교수 D 씨를 찾아가 “취업을 앞두고 있으니, 성적을 높게 올려달라”고부탁했다. D 교수는 학생의 취업을 위해 D학점을 B학점으로 올려줬다.
이 사건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9월 28일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면, C 씨와 D 씨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C 씨는 직접 자신의 일을 부탁했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입법 정책적으로 공공기관과 국민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D 교수는 C 씨의 부정 청탁을 들어줬기 때문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깨끗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청탁금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직자 등은 부정 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할 경우 그에 따른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청탁금지법에 적용되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및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 대표자 및 임직원 등과 그들의 배우자를 포함하며,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하거나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하는 국민도 적용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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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대한민국은 뇌물과 청탁 등의 비리가 줄어 청렴한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점심시간 거리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사진=동아DB) |
법률로 규정한 14가지 부정 청탁 행위 유형
부정 청탁 확인을 위해 ‘7가지 예외사유’ 진단해봐야
청탁금지법에서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부정 청탁 행위 유형은 14개다. ▶인가·허가 등 업무 처리 ▶행정처분 및 형벌 부과 감경·면제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공공기관의 의사 결정 관여 직위에 선정·탈락되도록 개입 ▶공공기관 주관 수상·포상 등의 선정·탈락에 개입 ▶입찰·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 누설 ▶특정인 계약·선정· 탈락에 개입 ▶보조금 등의 배정·지원, 투자 등에 개입 ▶공공기관이 생산·공급하는 재화 및 용역의 비정상적 거래 ▶학교 입학·성적 등 처리 조작 ▶징병검사 등 병역 관련 업무 처리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업무 개입 ▶행정지도 단속 등 결과 조작, 위법 사항 묵인 ▶사건의 수사·재판 등 개입 등의 14개 유형과 이14개 유형에 대한 지위·권한 남용이 추가된다.
공직자 등에게 일반인이 가장 쉽게 요청하는 부분은 바로 가족이나 지인의 ‘인사’ 청탁이다. 이 때문에 공직자 등은 채용, 승진, 전보, 징계, 시험 등 법령을 위반해 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9월 13일 공무원 인사 분야 부정 청탁을 근절하기 위한 ‘인사업무처리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각 기관의 인사 업무 담당자들이 인사 관련 부정 청탁을 인지한 경우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모든 임용행위와 성과 평가, 인사기록관리 등의 인사행위에 대해 부정 청탁 금지 대상 업무가 명시돼 있다.
또한 각종 심의·의결·조정위원회의 위원,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선발 위원 등 공공기관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 또는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수상, 포상, 우수기관 선정, 우수자 선발에 대해 위법으로 특정 개인·단체·법인이 선정되거나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가 부정 청탁 대상의 직무 유형에 해당된다.
아울러 입찰, 경매, 개발, 시험, 특허, 군사, 과세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에 대해 법령을 위반해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단체·법인이 계약의 당사자로 선정되거나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보조금·장려금·출연금·출자금·교부금·기금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단체·법인에 배정·지원하거나 투자·예치·대여·출연·출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도 위법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하도록 하는 행위,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도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
청탁에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의 청탁과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수준의 부정 청탁이 있다. 청탁금지법은 모든 청탁행위를 금지·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14가지 부정 청탁 행위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제재한다. 따라서 공직자 등은 청탁을 받았을 때 ‘부정 청탁 여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먼저,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7가지 예외사유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닌지 진단해본다. 예를 들어 공개된 장소에서의 피켓 시위 또는 TV, 신문 등의 언론 매체를 통한 공개적인 요구는 위법일까 아닐까. 정답은 ‘공개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청탁금지법 예외사항 중 하나로 ‘위법이 아니다’이다.
또한 법령·기준에서 정한 절차나 방법에 따라 요구하는 행위,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민원 등을 전달하는 행위도 예외다. 고충민원이란 불합리한 행정제도 등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주는 민원을 말한다.
공공기관 업무 관련 행위에 대한 확인과 문의도 예외사항이다. 공공기관에 직무를 법정 기한 안에 처리해줄 것을 신청·요구하거나 그 진행 상황과 조치 결과 등에 대한 확인·문의 행위, 직무 또는 법률 관계에 관한 확인·증명 등을 신청·요구하는 행위, 질의 또는 상담 형식으로 직무에 관한 법령·제도·절차 등에 대해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부정 청탁 행위 유형에 해당돼도 사회 윤리 내지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행위는 예외사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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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등은 부정 청탁을 받았을 경우
‘청탁금지법’ 내세워 거절하는 게 중요
공직자 등이 청탁자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때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은 부정 청탁을 받았을 경우 ‘법이 그래서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어 할 수 없습니다’ 등과 같은 말로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또한 청탁은 공직자 등이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기 때문에 명시적인 청탁 요청보다는 간접적이고 심리적 부담을 주는 청탁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청탁금지법’을 내세워 ‘부정 청탁 수용 사실이 발각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이유를 들어 고민 없이 거절하고 심리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만약 청탁자에게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계속해서 부정 청탁을 한다면, 청탁 사실의 공개 등을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탁하신 사항을 처리하려면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부하 직원이 부정 청탁을 상담·등록하게 되어 결국 부정 청탁한 사실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거절하는 게 좋다.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자에게 청탁을 받았을 경우 청탁 사항을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공직자 등은 청탁자의 청탁 내용을 청탁방지담당관과 상담해야 하며, 청탁방지담당관은 상담 내용을 확인해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기관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또한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을 받고 거절하는 등의 의사 표시를 명확히 했음에도 동일한 부정 청탁을 다시 받았다면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는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하고, 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가 가능하다. 조사기관은 신고에 대해 필요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부정 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직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무 중지 등의 일정한 조치를 받게 된다.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 등의 위반행위가 밝혀졌을 때는 ‘징계’, ‘과태료 부과’, ‘형사처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징계’를 받는 경우는 공직자 등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했을 때, 공직자 등이 처음 부정 청탁을 받고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을 때, 공직자 등이 직접 청탁을 했을 때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제3자를 통해 부정 청탁을 한 경우 1000만 원 이하, 제3자를 위해 부정 청탁을 한 자는 2000만 원 이하, 제3자를 위해 부정 청탁을 한 자가 공직자 등인 경우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단, 본인을 위해 직접 공직자 등에게 부정 청탁을 하는 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부정 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이 해당되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또한 결재선상에 있는 ‘상급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을 받고 ‘하급자’에게 지시 등을 통해 사무를 처리한 경우에는 ‘상급 공직자 등’과 ‘하급자’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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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한 청탁도 금지 행위
Q 청탁금지법에 열거된 14가지 유형 외의 청탁은 해도 되나
A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해치는 청탁은 ‘공무원 행동강령’ 또는 ‘공공기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행동강령이나 윤리강령’에 따라 규율된다.
Q 부정 청탁은 해당 직무를 직접 처리하는 하급 공직자 등에게만 성립하나
A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는 해당 직무를 직접 처리하는 ‘하급 공직자 등’뿐 아니라 결재선상에 있는 ‘상급 공직자 등’, ‘지휘감독권이 있는 기관장 등’의 상급 공직자 등이 포함된다. 이때 직무를 처리했을 경우 상급 공직자 등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고, 하급 공직자 등은 부정 청탁임을 안 경우 거절해야 함에도 지시에 따라 처리했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Q 부정 청탁은 법령을 위반해 직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 성립하는데, 여기서 ‘법령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A ‘법률,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부령 및 조례·규칙을 포함하고, 부정 청탁 대상 직무와 직접 관련된 개별 법령 외에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형법’ 등의 일반 법령도 포함되며, ‘행정절차법’ 등의 각종 절차법도 포함된다.
Q 부정 청탁을 했으나 그에 따라 공직자 등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제재 대상이 되나
A 청탁금지법은 부정 청탁을 한 내용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 청탁 행위 그 자체를 금지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부정 청탁 내용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도 부정 청탁을 한 자는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Q 국회의원이 특정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한 경우 부정 청탁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나
A 국회의원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한 경우에는 예외사유에 해당된다. 하지만 제3자의 고충 민원 내용을 본질적으로 변경해 새로운 청탁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Q 공직자 등이 처음 부정 청탁을 한 사람에게 명확히 거절했는데, 그 후 다른 사람이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부정 청탁을 하는 경우 신고해야 하나
A 처음 부정 청탁을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 해도 동일한 내용으로 부정 청탁을 하는 경우 신고해야 한다.
Q 소속 기관장은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을 받으면 해당 공직자 등에게 언제나 일정한 조치를 해야 하나
A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을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경제 발전 등 공익 증진을 이유로 직무 수행의 필요성이 더 큰 경우에는 직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속 기관의 청탁방지담당관 등에게 공정한 직무 수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점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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