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상희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성탄절을 하루 앞뒀지만 서울 광화문에서는 ‘연말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2018년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흥겨운 캐럴이 들리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을 가장 먼저 알리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도 도심의 대형 빌딩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종복씨(56)는 ‘고요한 연말’을 맞는 소회에 대해 “연말 분위기가 안 난 건 오래”라면서 “경제가 살아야 하고 주변이 다 잘 살아야 서로서로 힘도 나고 연말 분위기도 나는 게 아니겠는가. 가족들이 건강하고 잘리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서울광장은 그나마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들이 서울광장과 시청 건물 내부에 설치된 트리 앞에서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또 시청 앞 아이스링크장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대기줄만 100여m에 이를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경기 광명시에서 왔다는 조태근군(17)은 “광명에서는 몰랐는데 서울시청에 오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확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 “아이스링크장이 (입장권이)매진돼서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하지만 기분이 좋으니 상관없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남편과 4살배기 자녀와 함께 시청 앞을 찾았다는 민문영씨(36)는 “연말이긴 한데 특히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와도 조용하고 캐럴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설치된 '소원의 탑'에 신년 소망이 적힌 종이가 걸려 있다.
약 5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현대해상빌딩 1층 로비의 풍경은 서울광장과 사뭇 달랐다.
점심시간대를 맞아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가운데, 트리를 배경으로 연말 기분을 내며 사진을 찍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직장인 구모씨(44)는 “캐럴이 없으니 연말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주변 상권들 수입만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며 “아무래도 오를 건 오르고 안 올라야 할 게 오르니 팍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시설은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조계사 일주문 앞에는 성탄을 축하하는 연등을 설치돼 있었는데, 이맘때쯤이면 종교에 상관없이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계사 성탄 연등 뒤에는 새해 소망을 적어 걸어둘 수 있는 ‘소원의 탑’이 설치되어 있었다.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늘어선 종이에는 가족의 건강과 취업, 사업 번창 등 다양한 소망이 담겼다. 정윤영씨(62)는 “내년에 우리 딸이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는데 직장생활을 잘했으면 좋겠다”며 “올해 유난히 다사다난했는데 잘 풀려서 동료 직원들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