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고유의 민속놀이인 '씨름'이 사상 처음으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남북 공동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 포트 루이스에서 개막한 '제13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씨름이 긴급 안건으로 상정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북 공동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남북이 각각 신청한 씨름에 대해 '등재권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위원회는 "남북 씨름은 연행, 전승 양상,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의미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평가기구가 남북 씨름을 모두 등재 권고한 점을 고려, 개별 신청 유산의 공동 등재를 전례 없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등재의 정식 명칭은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다. 명칭에서 씨름이 두 번 적힌 이유는 남북한의 씨름 영어 표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남북은 씨름을 각각 단독으로 등재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남북 대화 국면이 전개되면서 우리 정부가 공동 등재를 적극 추진해왔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북한에 공동등재를 최초 제안한 뒤 유네스코 및 북한측과 협의를 벌여왔다. 지난 4·27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사가 북한측 대표를 만나 협의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총 20종목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01년 5월 18일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등재된 이후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해녀문화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씨름의 공동등재를 통해 아리랑(2013년), 김치담그기(2014년)와 함께 총 3종목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갖게 됐다.
씨름의 공동등재로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국제적 자연생태보존지역 지정 및 남북한의 유·무형 문화자산 보존 및 관리 등 남북한 교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각각 등재돼 있는 아리랑과 김장문화(김치담그기)의 공동등재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