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이용진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에 입성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동 일정에 촉각이 모아진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된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간 이번 뉴욕 회동이 양 정상간 빅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25일 오후 2시 30분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여객기를 타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오는 29일 예정된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 날짜보다 나흘이나 일찍 미국에 도착한 것이어서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을 염두한 일정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19일 리 외무상을 자신의 카운터파트로 지목하면서 유엔 총회 계기 북미간 외교장관회담을 예고한 바 있다.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숙소에 도착한 뒤 도보로 유엔 건물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여부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미 ABC뉴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 일정 조율을 위해 이번 주 뉴욕 유엔총회에서 리 외무상을 만날 것을 제안했는데, 북한 측이 아직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서왔다. 또 종전선언 같은 미국의 상응조치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교환하는 절충안에 대한 남북간 합의가 이뤄진 최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리 외무상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교착에 빠졌던 북미간 대화가 최근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이번 회담 제안을 거부한다면, 미국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지고 겨우 살아난 대화 모멘텀도 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회동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간 회담이 이뤄진다면, 이는 북미가 공식적인 '외교당국 채널'의 가동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만큼 이번 뉴욕 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큰 틀에서 협상해온 김영철-폼페이오간 정보당국 채널에서 다뤄왔던 내용보다 한층 구체적인 비핵화 세부 조치와 관련된 외교적인 부분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종전선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의 문제에 대한 담판이 이뤄지기 보다는 뉴욕 채널과 향후 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가 주축이 될 빈 채널의 가동 일정과 협의 방식 등이 중점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은 전달하고 전체적인 틀을 잡는 역할이었다면 리 외무상은 이제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외교적 세팅을 잡아나가는 역할"이라며 "다만 이번 뉴욕에서는 관건인 사찰과 검증, 비핵화 신고와 관한 세부적인 각론들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아닌 큰 틀에서 향후 협상 일정과 의제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 경우,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이 있는 29일 이전에 북미회담을 하고 이어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재천명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다만 연설 이후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