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허정태기자]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 인권 실태 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는 인권위의 역대 체육계 실태조사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분야의 폭력·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한 선수의 일상을 전인격적으로 지배함으로써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의 특수한 구조는 10여년 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밝혀졌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방관이나 안일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위원회 산하에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1년 동안 기획조사, 진정사건 조사 및 제도개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대략 25명 내외로 교육부,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일부 파견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특별조사단 업무에는 △피해 접수 △피해 사실 확인 등 조사 및 구제 △스포츠 전 분야 폭력, 성폭력 현황 및 구조에 대한 실태조사 △운동단체와 합숙시설 등 진단 및 점검 △국가적 관리 시스템 재정비 방안 마련 △선수 지도자 및 선수 부모 등 대상자별 맞춤형 인권교육 체계 마련 △피해자 치유 지원 및 연계 △관계부처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등 총 8가지가 포함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약 13만 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빙상·유도 등 최근 문제가 된 종목들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전체종목, 전국단위, 전 연령대를 포함하는 최대 규모 실태조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은 구조화된 체계 내에서 지속 발생하는 특징을 갖는다.
메달이나 입상 등 성과 중심적 문화가 폭력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함으로써 성폭력이 발생하고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다시 폭력이 대물림 된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국가는 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훈련 환경을 만들 책임을 지니고 있지만 그동안 많이 미흡했다”며 “정부는 특별조사단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별도의 범정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