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이태호기자) 美 트럼프의 급진적인 통상정책이 속속 법제화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미 정계가 치열하게 찬반토론 중인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가 새로운 국제 통상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 수입억제, 수출확대를 위해 美 기업의 법인세 산정 시 수입(부)품 사용에 따른 비용공제를 불인정하고 수출판매로 인한 매출액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경세’와 다름
미국 공화당은 세수 확대, 미국 자본의 유출 방지 및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경조정세를 강하게 주장하였으나, WTO규정 위반* 소지, 민주당 및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 WTO는 부가세 등 간접세의 국경조정을 허용하나, 기업이윤에 대한 직접세 적용은 불인정, 추후 WTO 제소 여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미 우선주의와 통상관련 강경한 보호주의 일변으로 국경조정세의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미 주요 수출품의 불가피한 피해와 투자유치 감소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KOTRA는 14일 미국 국경조정세 도입 관련 중요 쟁점과 향후 영향을 사전 모니터링 하고자 ‘美 국경조정세 도입 동향과 우리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국경조정세를 통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10년간 1조 달러 세수 확보, 미국 기업 자본이탈 방지 가능을 주장하고 있다.
미 공화당은 국경조정세의 ‘수출촉진, 수입억제’ 효과로 인하여 무역적자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제품 생산 후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인센티브가 줄어들어 자본이탈을 방지하고, 수입에 대한 과세를 통해 연간 1,000억 달러의 세수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 등 월가 통상경제전문가들은 국내외 통상 후폭풍 및 소비자 후생감소를 이유로 국경조정세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조정세 도입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 중이라며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의 절충으로 법제화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경조정세 도입 시 전기전자·소비재·자동차 등 우리 주요품목 수출 감소, 중국의 대미수출 급감 등 직간접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조정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대형 소매점(월마트 등)이나 백화점에서 수입산 소비재 가격 인상이 예상돼 우리 휴대폰, 가전, 소비재 등 주요 대미 수출품목에 직접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한 바움 앤드 어소시에이츠(Baum & Associates)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평균 가격이 약 8% 인상돼 연간 2백만 대의 판매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우리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주요국, 특히 중국의 대미 수출 급감을 통해서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460억 달러 이상(전체 수출액의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전자·반도체·석유화학 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도 0.36% 동반 감소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아직 국경조정세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부정적 영향이 우려스럽다”면서, “현지 진출 강화,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수출모델 개발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