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이태호기자) 지난 2014년의 추억이다. ‘문화가 있는 날’이 처음 시행되면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면 미술관으로, 박물관으로, 고궁으로, 도서관으로, 심지어 민간 기업 사옥까지 방문했다.
시행 첫 해,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매월 시리즈물로 취재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냈다.
그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로비에서 열렸던 음악회다. 2014년 2월 문화가 있는 날이었는데 정부 시책에 호응해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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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금호아시아나 사옥 로비에서 열렸던 국악콘서트 현장. 관련기사=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74804(출처=정책브리핑) |
당시 직원들과의 인터뷰 자료를 살펴보니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이를 접해 본 만족도는 꽤 좋았던 편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향후 더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면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소가 될 것 같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들의 바람대로 점점 풍성해져왔다. 초창기에는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정통적인 문화시설이나 공연장 등의 입장료 및 공연료 할인 혜택이 주 내용이었지만 점차적으로 문화가 있는 날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왔다.
장소도 문화시설에 국한되기보단 대학교, 백화점, 길거리, 기차역, 유치원, 해수욕장 등 국민들의 일상과 더 밀접해져왔으며, 수도권에 편중되던 문화행사들이 지방 곳곳에, 심지어는 우리 동네 앞까지 찾아오는 뜻밖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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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문화가 있는 날부터 실시했던 ‘청소년과 함께하는 오페라 여행’ 프로그램 현장.(출처=공감포토) |
또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기획된 문화 프로그램들 중 훌륭한 사례들도 많다. 그 중 하나인 ‘직장배달콘서트’는 근무시간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뮤지컬 갈라쇼부터 난타, 오케스트라, 밴드 공연 등이 말 그대로 직장으로 배달된다. 바쁜 업무로 평일의 문화생활은 감히 생각해볼 수도 없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경험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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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콘서트’ 현장.(출처=공감포토) |
일명 집콘이라 불리는 ‘집들이 콘서트’도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공적인 기획 문화프로그램이다. 집을 상징하는 다양한 장소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또는 강연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문화가 있는 날의 대표 프로그램으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시민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청년문화예술인에게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청춘마이크’, 문화예술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소셜 다이닝’ 등 그 스펙트럼도 다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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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의 문화가 있는 날. 정동길에서 청춘마이크 청년예술가 ‘프로젝트 루미너리’의 공연이 열렸다.(출처=공감포토) |
문화가 있는 날이 지정된 지 올해로 3년째다. 지난 2014년에는 관련 정책 현장 곳곳을 취재하고자 이곳저곳 뛰어다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개인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그 후로 한 동안은 문화가 있는 날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딸, 애 키우느라 고생이 많지?”라는 안부로 시작해 “오늘 문화의 뭔 날이라는데 알고 있니? 영화표도 할인해주고 해서 요즘 아빠는 엄마랑 한 달에 한 번은 꼭 영화데이트를 해.”라고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결론은 오늘 영화표를 할인해주니 기분전환도 할 겸 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애니메이션이라도 함께 보고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묻기 위해 전화를 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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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던 사자춤 공연 현장. 이제 문화가 있는 날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됐다.(출처=공감포토) |
피식 하고 웃음이 터진 동시에 문화가 있는 날이 이제 우리 부모세대의 삶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초기, 문화가 있는 날에 열심히 참여했던 경험이 참으로 뿌듯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마지막 수요일(매마수)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온지 어느덧 3년, 문화가 있는 날은 분명 많은 이들의 문화향유에 톡톡히 기여해오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다채로운 기획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일상에 문을 두드려주길 바라며, 문화가 있는 날에 고마운 마음을 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