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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초 만에 현장 출동…‘안전 수호신’

[119 서비스 선진화] 서울 중랑소방서 119 구조대 24시

(한국방송뉴스/이태호기자) 2015년 전국에서 119 구조·구급대원들의 출동 건수는 하루 동안 총 1727건에 달하며, 구조한 시민들의 수는 무려 330명이다. 출동하는 구조 현장마다 끔찍한 화재와 재난, 참혹한 교통사고, 해로운 동물 등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급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119 구조·구급대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항상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119 구조대원들의 24시를 함께했다.

“애~애앵~ 중화동 000 사거리 옆 사고입니다. 자동차가 굴러서 담벼락이 무너지고, 60대 여성이 다쳤습니다!” 12월 6일 오후 8시 13분, 평화로운 정적을 깨고 긴급한 출동 방송이 서울 중랑소방서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구조대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구급차량에 올라탔다. 구조대를 태운 차량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곧바로 소방서를 출발했다. 이 모든 과정은 출동 방송이 나온 지 불과 10초 만에 일어났다.

평화로운 정적을 깬 사이렌
사건 현장 정리하고 나서 한숨 돌려

구급차량은 사이렌을 울리며 사고 현장을 향해 달렸고, 대원들은 달리는 차량 안에서 구조복으로 갈아입으며 헬멧과 구조장비를 챙겼다. 곧 도착할 현장에서 무슨 일이 기다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대원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 현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구급차량이 출동해 있었고, 사고 현장을 동네 주민들이 둘러싸 뒤섞이면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사고는 중립기어로 주차해놓은 차량이 비탈진 도로에서 굴러 내리면서 발생했다. 그 바람에 차량에 부딪힌 담벼락이 무너졌고, 지나가던 행인 중 60대 아주머니 한 분이 무너진 담장에 다리가 끼여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구연창(56) 구조대장은 빠르게 현장 상황을 파악했고, 구조대원들 역시 지시에 따라 현장에 투입됐다. 먼저, 구 대장은 환자의 현재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고, 다리를 다친 환자는 긴급히 119 구급차량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다음에는 담장을 들이받은 차량이 더 이상 도로 아래로 굴러가지 않도록 차량 바퀴를 괴는 작업, 무너진 담벼락에 걸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을 수습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차량 담벼락 충돌 사고를 수습하는 대원들.
차량 담벼락 충돌 사고를 수습하는 대원들.

화재 진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화재 진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현장에서 구조대의 신속한 대처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구조대원들이 이렇게 빨리 와서 시민들을 구조해주니까 정말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현장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구조대는 사건을 경찰에 인계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구 대장은 “차량이 굴러 담장이 무너졌고 시민이 다쳤다고 해서 크게 걱정했는데, 큰 부상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며 “이렇게 부상이 경미하면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안도했다.

이날 저녁 출동을 마치고 본부로 되돌아온 대원들 역시 한숨 돌렸다는 듯 평안한 표정을 되찾았다. 일부 대원들은 체력 단련을 위해 간단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등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대원들은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

체력 단련을 하고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
체력 단련을 하고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

중랑소방서 구조팀은 대장과 6명의 대원이 한 팀을 이룬 3개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3개조는 3교대로 운영되는데, 구조대 3팀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간 근무를 하고, 구조대 1팀과 2팀이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하루씩 교대로 돌아가며 야간 근무를 한다.중랑소방서 직원들은 지방직 교대근무 공무원과 똑같은 급여를 받으며, 군필자 3호봉 기준으로 연봉 3000만원 정도 받는다.

출동이 없다고 구조대원들이 마냥 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하루에 두 번(오전 9시, 저녁 6시) 교대점검을 한다. 야간조와 주간조가 한자리에 모여 업무 인수·인계와 장비 점검 등을 하는 것이다. 이후 오전에는 출동에 대비해 개인 장비 등을 점검하고, 안전관리에 관한 교육도 받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는 소방 활동상 필요한 교육훈련을 받고,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을 하거나 기타 업무 등을 수행한다. 특히 평소 몸 관리를 잘하는 대원들은 매년 뽑는 ‘몸짱소방관 선발대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대회의 수익금은 화상어린이 환자 치료비로 기부를 하며, 2017년에는 중랑소방서 현장대응단 서정권 반장이 몸짱 모델로 실려 화제를 모았다. 야간 근무자들은 출동이 없는 경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훈련과 작업들은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올스톱’되며 ‘즉각 출동’하는 게 최우선이다.

교대점검 연습을 하고 있다.
교대점검 연습을 하고 있다.

저녁 교대점검 시간에는 장비 점검이 이뤄진다.
저녁 교대점검 시간에는 장비 점검이 이뤄진다.

식사시간에도 항상 출동 대기 중
화재, 교통사고보다 생활안전 관련 출동 많아져

119 구조대원들은 식사 시간조차 근무의 연속이다. 박창엽(35) 대원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언제 출동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행히 이날은 식사 중에 출동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대원들이 다소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중 대원들은 그날 새벽에 일어난 화재 사건을 화제에 올렸다. 이날 새벽, 중랑구 망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던 것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나, 한 세대가 완전히 불에 타서 소실됐고 20대 여성이 연기를 들이마셔 위독한 상태였다.

홍보팀 김옥배 반장(31)은 “현장에서 24세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로 호흡을 되살렸고 급히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화재가 발생한 세대에 소화기나 옥내 소화전이 있었을 텐데, 거주자들이 그런 것들을 사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소방대원은 화재 진압 대원이고, 구조대원은 4년 이상 특수부대에서 복무해야 대원이 될 수 있으며, 구급대원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과 2년간 실무 경력이 있어야 대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구연창 대장은 구조대가 처음 생긴 1988년부터 구조대 생활을 해오며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와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등을 모두 겪은 구조대의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다. 김철현(46) 대원은 수년 동안 소방헬기 등을 타고 시민을 구조한 베테랑이며, 이규식(39) 대원은 10년 전 100 :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이후 구조, 구급, 운전 등 이 분야에서 안 해본 일이 없는 전문가다.

소방서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대원들.
소방서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대원들.

출동 없는 시간엔 훈련하고 장비 점검
지난해 하루 11.3건 출동, 457명 구조

대원들의 이야기에서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구 대장은 역시 삼풍백화점 사고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마침 그날은 휴가를 내고 쉬는 날이었는데 서장님한테서 급한 연락이 왔죠. 빨리 복귀하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투입됐는데 생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붕괴 현장엔 무너질 것 같은 콘크리트 잔해들 사이에 다리가 끼여 구조를 못 하고 있는 아가씨가 있었어요. 그 젊은 여성분은 공포심에 질려서 ‘이 콘크리트를 들어내는 게 위험하면, 그냥 다리를 자르고 구해달라’고 애원하더라고요. 그래도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무너질 것 같은 잔해 속으로 기어들어가 무사히 구조에 성공했죠.”

특히, 몇몇 대원들은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창엽(35) 대원은 처음 출동했던 화재 현장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양초를 건드려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고였어요. 딸 둘과 부부 등 4인 가족이 살았는데,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연기에 질식한 딸들과 부인이 사망한 상태였죠. 아버지도 유독가스를 많이 마시고 화상이 심해 움직이기가 힘들었는데, 가족들의 시신을 끌어안고 계속 오열하셨어요. 그 아버지의 모습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더라고요.”

박 대원은 “현장에서 화재로 소실된 시체 등을 보고 온 날은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며 “특히, 가족을 잃는 등 가슴아픈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정훈(38) 대원은 “처음에는 잔혹한 구조 현장에 적응하는 게 힘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민들을 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도와 줄 수 있다는 그 사명감 때문에 일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중랑소방서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실제 사고에 대비한 훈련이 진행된다.
중랑소방서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실제 사고에 대비한 훈련이 진행된다.

출동 전 장비 점검을 하고 있는 대원들.
출동 전 장비 점검을 하고 있는 대원들.

구조 현장에서 안전을 체크하는 대원들.
구조 현장에서 안전을 체크하는 대원들.

이규식(39) 대원은 몇 년전 길거리에서 한 초등학생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에 출동을 나갔던 사건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 대원은 “당시 우리 아이가 세 살이었는데, 그 아이의 엄마가 현장에 와서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그 이후로 아이들에게 안전사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게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인철(43) 대원은 “최근 들어 화재나 교통사고 등으로 출동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면서 “그 대신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문 잠김, 차량에 아이 갇힘, 동물 구조, 벌집 퇴치 같은 생활 안전과 관련된 신고가 부쩍 늘어났다”고 전했다.

중랑소방서 이석훈 서장은 “119 구조·구급대원들의 가장 큰 덕목은 시민들을 위한 봉사와 헌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해와 재난을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 등에서 시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구조대가 되겠다”고 밝혔다. 중랑소방서는 총 24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지난해 총 4135건, 하루에 11.3건의 출동을 나갔다. 또한 지난해 총 457명의 시민을 구조해 하루 평균 1명 이상을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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