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최근 북한의 대남, 대미정책과 관련 입장 발표가 3건 있었다. 중요성을 비교해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발표 관련 입장이 제일이고, 그다음이 미 국무성 대변인의 북한인권상황 비난 성명 관련 입장, 마지막이 탈북민단체 대북전단살포관련 입장 순이다.
그러나 북한은 사안의 중요성과는 거꾸로 비난 수위와 입장표명 주체를 정했다. 즉‘대북전단살포관련 입장’은 김여정이 맡으며 매우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고, 미 국무성의 북한인권관련 성명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바이든 대북정책 관련해서는 외무성 국장이 대응하였다. 상당히 이례적인 행태다.
김여정 담화와 북한 외무성 입장발표의 연관성을 비교해 살펴보면 현재 북한의 대남·대미정책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이번 발표들을 통해 북한이 대내외정책에서 주민들의 사상 동요 차단을 제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에 들어와 김정은은 1월에 당 8차 대회를 진행한 후 2월 부터 당 제 8기 2차 전원회의, 당 군사위원회 제 8기 1차 전원회의, 제 1차 시,군당 책임비서강습, 제6차 세포비서대회, 청년동맹 제 10차 대회 등 매달 두 차례씩 수천 명을 평양에 불러 전국적 규모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회의의 토의 핵심은 경제문제보다는 당원들과 주민들, 청년들의 사상적 동요 차단, 내부 단속강화였다.
북한 역사상 이렇게 격주로 전국적 지위를 가지는 회의들을 소집하고 사상적 결집을 강조한 전례가 없었다.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대북 전단이 또 살포되었다고 하니 원천봉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대북전단살포 원천봉쇄보다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를‘다시 한번 때려’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싱가포르 합의 연장선상에 올려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그런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 외무성의 담화를 통해 김정은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미국에서 국가원수가 대북정책을 발표했으니 북한도 김여정 정도에서 대응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외무상이나 최선희 제 1부상 정도에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외무성 국장급으로 격을 낮추었다. 오히려 지나가는 바람 소리로 간주할뻔한 미 국무성의 북한인권관련 성명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격을 높였다.
북한 외무성 국장의 담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실망을 표현했으나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정책발표’가 아니라‘또다시 실언’으로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사실 그 어느 나라라도 미리 정해놓은 대외정책 방향을 몇 년간 계속 추진하는 경우는 드물다.‘화염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기세등등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 번의 회담 후 김정은과의 사랑에 빠졌다고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대외정책이‘이 극에서 저 극으로’옮겨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싱가포르 합의 계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공식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일괄타결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다’는 협상의 전술적 측면을 중시하고 있을 것이다.‘일괄타결’이 아니라‘스몰딜을 통해 굿 이나프 딜, 그 다음 빅딜로 가는 단계적 협상 방식’이라면 북한도 미북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나온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애매모호하고 전략적 모호성이 너무나도 커 향후 협상 방향을 점칠 수 없다. 북한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결과까지 지켜보아야 좀 더 명백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2021년 5월 2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