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농가에서 오골계를 반환 받고 난 뒤 B농가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갑자기 하루에 20∼30마리의 오골계가 폐사했다. 평소 2∼3마리씩 폐사하던 것에 비하면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B농가는 주변의 양계 전문 수의사를 불러 부검 등을 실시했고, ‘감보로병’ 또는 ‘콕시디움병’이란 진단을 받아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AI 감염 여부는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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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오골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축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해당 농가 인근을 통제한 채 방역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연합) |
방역당국은 B농가의 오골계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거래상이다 보니 거래내역이 명확하지 않고 폐사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사례도 있어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제주 C농가와 D농가는 지난달 26일 B농가에서 사온 오골계가 매일 수십마리씩 집단폐사했으나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C, D 농가는 5일장에 오골계 160여마리를 내다팔았다고 진술했으나 구매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최근 5일장 등에서 오골계를 산 경험이 있으면 신고해 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는데, 이틀 동안 20여명이 신고했다. 살처분 범위 등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H5N8형’은 지난겨울 유행했던 ‘H5N6형’에 비해 전파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잠복기가 길다. 증상을 보이는 시점에는 이미 주변에 다 퍼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확산 우려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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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법원읍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농장의 출입로를 통제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
높은 기온과 습도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AI 바이러스는 통상 중국 등지에서 철새가 들어오는 겨울과 봄에 집중 발생한다. 농식품부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AI가 발생한만큼 ‘순환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순환감염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장기간 머물다 다른 가금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기온이 높아지면 AI 바이러스가 혼자 살기 힘든 조건이므로 사람 간 감기를 옮기듯 순환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방목해 키우는 소규모 농가에선 문제가 되지 않지만, 1만마리 이상 사육시설로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도 “전북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H5N8형’ AI 바이러스 발생 신고가 접수된 게 지난 4월인데, 야외에 잔존했거나 오리류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AI 바이러스 토착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겨울 철새 등 외부 요인이 없어도 항시 국내에 잠복해 있다가 기온과 환경 등이 맞으면 자생적으로 창궐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중 상시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 지 하루 만에 AI가 발생하자 농식품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대형 양계장은 철저하게 검사·관리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농가처럼 뒤뜰에서 소규모로 키우는 곳은 일일이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허가 없이 닭 사육을 하는 농가에 대해 단속하고 전국 전통시장에서 살아 있는 닭 등 가금류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