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 비례대표 정수 확대,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6·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은 선거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5일까지였으나, 이미 석 달 가까이 지났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거구가 법정 시한을 넘겨 뒤늦게 획정되는 일은 매 선거마다 반복돼왔다. 법정 시한을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페널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양대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 관련 자당에 유리한 계산이 끝날 때까지 전체 협상을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신규·소수 정당과 유권자에게 집중된다. 오랜 기간 조직과 시스템을 갖춰온 거대 양당과 달리, 후보자 공천부터 많은 품이 드는 신규·소수 정당은 선거구 확정이 늦어질수록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나아가 후보와 선거구를 파악해야 하는 유권자의 알 권리도 침해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8년에 지방선거 선거구 간 인구 편차 허용 기준을 최대:최소 4:1에서 3:1로 낮추며, 자치단체별 최소 1인 보장을 이유로도 인구 편차 기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국회의 직무유기로 헌재는 지난 2025년 10월 23일, 또다시 전라북도의회 장수군 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2022헌마1247). 헌재는 2026년 2월 19일까지 개정 입법을 완료하라고 주문했으나, 그 기한마저 이미 지났다. 또한 얼마 전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의 통과로 광주와 전남의 인구 대비 광역의원 대표성이 최대 2배 이상 차이 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양대 정당 독점 문제도 심각한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인 비례대표 의원 정수 역시 너무 적어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공직선거법은 광역의회 비례대표를 지역구의원 정수의 10%로, 기초의회 비례대표를 의원 정수의 10%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제8회 지방선거 기준 광역의회 비례대표는 872석 중 93석(10.6%),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2,988석 중 386석(약 12.9%)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를 최소 30% 이상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제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대구‧광주‧충남 등 30개 기초의원 선거구에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으나, 결과는 ‘거대 양당의 잔치’로 끝났다. 시범 선거구 당선자 총 109명 중 거대 양당이 105명(96.3%)을 차지했으며, 소수정당 당선자는 단 4명(3.7%)에 그쳤다.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 선거구에서마저 거대 정당이 ‘1-가, 1-나, 1-다’ 식으로 복수 후보를 공천하고, 유권자들이 정당 충성도에 따라 ‘줄투표’를 한 결과 상위 순위를 독점한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상 ‘4인 이상 선출 시 2개 이상 선거구 분할 가능’ 조항은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삭제됐으나, 광역의회에 기초의회 선거구를 조정할 권한이 여전히 남아 있어 법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 이상 국회 정개특위는 6·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 페널티 규정도 없이 헌재 결정 시한마저 넘겨가며 법정 시한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행태는 유권자와 소수정당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하루빨리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광역·기초의회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현행 10%에서 최소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거대 양당의 복수 공천 제한, 줄투표 방지, 광역의회의 선거구 쪼개기 권한 실질적 차단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제도의 외양만 바꾸고 내용은 양당 독점을 강화하는 결과로 귀결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닌 위선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