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진승백기자] 내부 총질 세력과의 결별을 강조하며 ‘강성·선명성’ 노선을 고수해온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재선, 충남 보령·서천)이 당의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전통적으로 영남 중심 색채가 강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충청권 인사가 두각을 나타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장 신임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속개된 제6차 전당대회 당대표 결선투표에서 22만301표를 얻어 당선됐다. 장 대표와 함께 결선투표에서 맞붙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어 2366표 차로 석패했다.
두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 간에 치러진 대결에서 장 대표는 현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결선투표에는 당원 투표 결과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 20%가 반영됐다.
장 대표는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원만 믿고 도전했다. 당원만 믿고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선택해주신 당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랬듯이 앞으로 바른길이라면 굽히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이 무거운 짐을 주신 당원들께서 국민의힘을 혁신하고, 국민의힘이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는 장 대표와 김 전 장관 외에도 안철수 의원, 조경태 의원, 주진우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주 의원이 지난 7일 예비경선에서 탈락함에 따라 ‘반탄’ 2명 대 ‘찬탄(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 2명 간의 구도로 대결이 치러졌다.
예비경선 이후 2주여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지만, 지난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4명의 주자 중 득표율 상위를 기록한 김 전 장관과 장 대표 중 승자를 가리는 결선투표가 또 한 번 이뤄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가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당 선관위에 따르면 결선투표의 최종 선거인단 투표율(모바일+ARS)은 46.55%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단 75만3076명 중 35만59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20~21일 진행된 본경선 최종 투표율(44.39%)보다 2.16%포인트 높은 득표율이다.
양자 대결에서 장 대표가 승리한 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적극 공략하며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때 친(親)한동훈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에 반대해오며 한 전 대표와 관계가 틀어진 바 있다.
김 전 장관이 찬탄·혁신파에도 손을 내민 것과 달리, 장 대표는 찬탄파에 당을 나가라는 연일 입장을 피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동시에 ‘윤(尹) 어게인’ 대표 주자 격인 전한길(본명 전유관)씨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차별화에 힘써왔다.
한동훈 체제에서 최고위원이었던 장 대표가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을 본 친한계 인사들과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차악(次惡)’이라며 김 전 장관 측에 힘을 실어주려는 기류도 일부 감지됐으나, 당 전반의 분위기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2일 선출된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등 5명의 최고위원 중 양 최고위원을 제외한 4명이 반탄파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과 장 대표를 주축으로 지도부가 반탄파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동시에 찬탄파가 내세워온 쇄신안은 힘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 지도부는 당분간 대여(對與) 공세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날 선출된 장 대표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