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여행지이자 신남방 핵심”

2019.11.12 14:42:0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동만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 인터뷰

“1억 명 이상의 젊은 인구(평균연령 24세)가 역동적인 발전을 일구고 국가개발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


2018년 6월 3~5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공식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필리핀은 어떤 나라일까? 양국 협력에서 방점을 찍고 볼 대목은 뭘까? 한동만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에게 물어봤다.


- 필리핀은 어떤 나라인지 소개해주세요.
= 7000여 개의 섬들로 구성된 아열대성 도서국가로 서태평양 동남아시아에 위치합니다. 말레이계가 주종이지만 중국, 미국, 스페인계 혼혈 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입니다. 또 가톨릭이 다수지만 개신교와 회교, 불교 및 다양한 종교를 포용하는 다종교 국가이기도 합니다. 300년이 넘는 스페인의 식민지배에서 1898년 독립 후, 1946년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미국의 식민지배 통치를 받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으로부터 3년간 점령됐던 역사적 아픔이 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수백 년간 식민지배 생활을 견뎌내며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자신만의 강인함을 축적해왔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종교와 인종에 대한 포용성을 바탕으로 현재는 중고소득국 진입과 빈곤 없는 사회를 실현한다는 ‘국가비전 2040’ 목표를 세우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분야에 2022년까지 1800억 달러 투자”


- 현재 필리핀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 영어가 공용어인 인구 1억의 거대 시장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평균 23세의 젊고 활기찬 노동인구와 저렴하고도 비교적 안정적인 인건비를 기반으로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인도, 베트남, 중국에 이어 6~7%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성장은 정부 주도 인프라 중시 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완화 노력 등을 통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필리핀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정책으로 인프라 분야에 2022년까지 18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한동만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 (사진=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 한국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T) 등 디지털 분야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발전된 나라라는 인식이 있고, 한류 인기도 대단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양국 간 증가하는 인적교류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한국인 필리핀 방문객은 158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관광객도 45만 명에 이릅니다. 한편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한, 몇 되지 않는 아시아 국가라고 인식하면서 한국이 걸어온 길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과거 필리핀은 6·25전쟁 파병 이외에도 1970년대 한국에 기술자들을 파견해 공공기관 건물을 건설해준 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국가 기준으로 필리핀 원조 순위 4위 국가로서 농업, 교통 인프라, 수자원, 보건 등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 최초 사업 개시 이래 누적액 기준 12억 달러 상당의 유무상 원조를 필리핀에 지원했습니다.


-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 그 분야의 가능성을 말씀해주세요.
= 무엇보다 인적교류 분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7년과 2018년 필리핀 방문 한국인 관광객이 160만 명 수준으로 필리핀 내에서 외국인 방문객의 약 4분의 1로 단연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등 인적교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는 두테르테 대통령 면담 시 한국인 관광객 수를 200만 명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한 바 있으며, 올해는 한국과 필리핀의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을 맞아 양국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는 마닐라, 보라카이, 팔라완, 세부, 보홀 등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 외에도 다양한 매력이 있는 지역이 매우 많습니다. 양국 관광산업에서 인적교류를 확대하려면 관광지의 공항, 교통 등 관광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여행 안전문제,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여행경보제도 운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개발협력을 통해 필리핀 지방 도시 및 관광지로서 매력도가 높은 지역의 관광 인프라 확충을 돕고, 우리 여행객에 대한 필리핀 당국의 안전문제에 대한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병행한다면, 이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추진”


- 양국의 교류, 협력 등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뭘까요?
= 무엇보다 양국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는 데 양국 정상 차원의 양자협력 확대 발전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데 이어, 2018년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아세안 국가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이미 그 동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은 11월 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획 중이며, 정상회담에서도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필리핀과 한국 관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많은 성과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필리핀이 갖는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 두테르테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환영했을 뿐 아니라 아세안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지지해줌으로써 필리핀은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역내 한국의 역할을 공식·대외적으로 인정한 아세안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이 2018년 6월 정상회담에서 우리 신남방정책의 4대 중점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데 합의해 신남방정책 추진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격상시키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필리핀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필리핀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오래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협력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클리공감]

박기문 기자 pgm0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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