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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법안을 재의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레임덕이 촉진될 우려가 있다.
헌법상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내 재가 또는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간다. 만약 국회가 본회의에 재의를 부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문제는 이미 19대 국회의 의사일정이 모두 끝난 터여서 앞으로 법안에 대한 재의는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20대 국회의원 121명 가운데 101명 이상만 본회의에 출석해 반대 표를 던져도 재의결을 반드시 막을 수 있지만, 비박계의 이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장담할 순 없다. 19일 본회의의 경우 새누리당 의원이 재적의원의 292명 절반인 146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와 기권은 재석 222명 가운데 각각 79명, 26명으로 총 105명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장고(長考)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파장이 큰 민감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즉각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데다 오는 25일부터 아프리카와 프랑스 순방이 예정돼 있어 최종 결론은 그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는 이르면 23일 이 법안을 정부로 보낼 예정이지만 당장 다음날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곧바로 심의, 의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2일 "순방 직전이라 이번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주재를 못할 것"이라며 "청문회법이 정부로 넘어오더라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번 국무회의에 청문회법 공포안을 상정하는 것은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이나 해외 출장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 대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에서도 이런 민감한 현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자칫 정부와 국회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사태를 몰고 올 잠재력이 있는 사안인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는 모양새가 적절하다는 시각에서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공포할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인지는 박 대통령의 순방이 끝나고 나서 처음 열리는 다음달 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가 예정대로 23일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할 경우 정부는 그 다음 날을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법안 공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침 이날(6월7일) 국무회의가 마지노선이 된다.
정부 내에선 입법부가 개별 국정 현안을 쟁점화하고 청문회를 남발할 경우 자칫 정쟁만 격화시키고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등 민간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비판론이 비등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문회법 국회 통과 직후 "검토해보겠다"고만 공식 입장을 밝혔던 청와대 측은 "주말 사이에 기류가 바뀐 것은 없다"며 계속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상시 청문회 개최는 국회 운영사항인 만큼 3권 분립 침해 등 위헌 소지를 고리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명분이 약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소야대 체제에서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는데 제 1,2 야당과 정의당, 무소속, 여당 내 이탈표가 합쳐지면 이를 충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시작부터 싸움을 거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당장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일단 공포한 뒤 향후 20대 국회에서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