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 부터 실천을”

2021.12.10 12:26:20

[인터뷰]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
“탄소중립의 길, 미래세대에 지속가능한 삶 물려줄 수 있는 결정과 노력”

[한국방송/김명성기자] 꼭 1년 전인 2020년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느 국가도 예외일 수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이자 국제적 흐름, 또 시대적 과제가 된 ‘탄소중립’. 우리나라도 문 대통령의 선언 이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발굴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탄소중립 관련 정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18개 관계부처 장관, 기후·에너지·산업·노동 분야 전문가, 시민사회·청년 등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 위원 77명을 포함한 9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민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누구보다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보냈을 윤순진 위원장을 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순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지난해 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이후 올해는 대한민국 탄소중립 정책의 변곡점이 되는 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지난 5월에는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고 9월에는 세계에서 14번째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돼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가 법제화됐지요.

또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상향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마련했고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우리의 2030 NDC 상향안과 메탄 감축 방안 등을 국제사회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가장 굵직한 일 중 하나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출범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위원장직을 수락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고요? 

탄소중립은 이해관계가 너무나 분명하고 원하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이 많은 쟁점입니다. 명약관화라는 표현이 딱 맞겠네요. 우리사회 전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속도나 시간, 방향 이것들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관련된 이해당사자도 너무 많지요. 분야별로 의견이 갈릴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일종의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탄소중립을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다뤘고 더 이상 우리가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 또 아주 큰 변화를 획기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하더라도 물꼬를 트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놓으면 그 다음에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을 발휘해 사회 변화를 위한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된다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본다면요?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위원회 출범 이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마련하는 일이 탄중위의 첫번째 미션이자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내용을 전망한 것인데요 탄소중립이 우리사회 전반에 가져올 큰 변화가 예상되고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최종안 마련까지 사회 각계 각층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쳤습니다.

이를 위해 탄중위에서는 총괄기획위, 8개 분과위, 전문위 등 위원회 회의를 총 113회 개최했고 산업계·노동계·시민사회·청년·종교 등 115개 단체와는 26회에 걸쳐 협의체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또 일반 국민 500여명으로 구성한 탄소중립시민회의에서 대토론회를 여는 등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국무총리 겸 탄중위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윤순진 위원장.(사진=청와대)

그렇게 마련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안건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그날 매우 감격스러웠습니다. ‘10부 능선이 있다면 1부 능선은 이제 넘었구나’ 싶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제 남은 것은 이행을 잘해야겠다’ 하고 다시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날 회의 끝나자마자 탄중위 위원님들에게도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자’ 이 말씀을 드렸고요. 

-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아직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탄소중립의 이행과 실현.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요?

최근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고온 현상 및 폭우, 산불,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빈발해 수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록적 폭염과 폭우, 한파 등으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건 마찬가지지요. 실제로 최근 10년 간(2009~2018) 기상재해로 약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약 12조 가량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한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IPCC가 최근 발행한 제6차 평가보고서(WG1)를 살펴보면 2021~2040년 중 파리협정 목표인 1.5℃ 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3년 전에 채택된 ‘1.5℃ 특별보고서’가 밝힌 시점을 10년 이상 앞당긴 예측입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고 미래의 기후변화 전망 또한 악화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즉각적인 실천이 절실합니다.

- 지난 11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노력을 전세계에 공식 선언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난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파리협정 1.5℃ 목표 실현을 위한 세가지 약속과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30 NDC 상향,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해 메탄감축에 동참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산림복원 협력 선도 ▲세계 석탄 감축 노력 동참 및 개도국 저탄소 경제전환에 적극 협력 등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또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기후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청년 기후 서밋의 정례적인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이것은 우리나라가 G7 등 주요 국가와 함께 기후 리더십을 발휘해 국제사회 기후공약을 실제행동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제가 현장에 가보니 선진국은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랐고요 개도국은 비슷한 처지였던 우리의 사례를 참고하려고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탄소중립과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래세대’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30년 뒤 경제·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청사진인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미래세대에 미칠 영향력과 의미는 매우 큽니다. 저는 항상 ‘자연은 미래세대에서 빌려쓰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미국 인디언 격언인데요 빌려쓰면 이자는 못 갚더라도 원금은 갚아야 된다. 그 말인 즉슨, 그대로는 물려줘야 된다라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해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지금 이 곳에서 더 긴 시간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달라질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절망적이고 공포스럽게만 얘기하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절망, 공포 이렇게만 다루면 사람들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회피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무거우니까 생각 자체를 안하려고 하지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도 희망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지금까지는 자연을 훼손하는 방식의 경제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자연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그렇게 해야지 미래세대가 제대로 된 지속가능한 삶,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그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가지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라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이 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 앞으로 NDC 상향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실현 등을 위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요?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약 6%에서 2050년까지 60~70%로 신속하게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발전 설비와 함께 원활한 전력 사용을 위한 송·배전망, ESS 구축 등이 빠르게 추진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기·수소차의 경우에도 충분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야 하고요. 아울러 수소환원제철,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등 연구 중인 기술의 조속한 상용화도 역시 필요하겠지요.

- 향후 탄중위는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수행할 계획인가요?

2050 탄소중립과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 더 큰 과제이지요. 

부문별 감축수단으로 제시한 (전환)신재생에너지 확대, (산업)친환경 연·원료 전환 및 에너지효율 개선, (건물)그린리모델링 확대, (수송)친환경차 보급 확대, (농업)친환경농업 확산 및 가축관리, (폐기물)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 확대 등 모두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정부는 내년 3월 시행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계획에는 ▲중장기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연도별 대책 ▲기후변화 적응 대책 ▲정의로운 전환 대책 ▲녹색기술·녹색산업 육성 및 녹색금융 활성화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각 부처와 충실히 소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등 원활한 계획 수립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기후위기와 관련돼 있습니다. 지금의 현대적인 삶 자체가 온실기체 배출원이지요. 우리 모두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피해자이면서 문제를 야기하는 유발자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책임을 갖고 나와 기후위기 문제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이 문제가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고 우리들의 자산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일자리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그 연결성을 좀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인식할 수 있는 교육·홍보·소통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하루에 화장실에서 종이타월을 몇 장 쓸까요? 하루에 화장실을 다섯 번 간다고 가정했을 때 한 번에 1장만 쓴다고 생각해도 하루에 5장, 일주일에 25장, 52주면 1300장입니다. 

엄청난 양이지요.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한 장만 아껴도 매일 5000만장을 아끼는 셈이 됩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도 정말 커요. 절대 사소하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그만 것부터 찾아서 하자. 이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 정책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김명성 기자 kms40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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